왜구를 막기 위한 삼포개항과 세종 때의 유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은 계속되었고, 그것은 결국 나라를 잃는 서러움에까지 도달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력, 특히 군사력의 취약성이었다. 절반쯤 유교화 된 고려, 파벌적 문신정치에 몰두하고 사, 농, 공, 상의 윤리에만 익숙한 조선이 임진왜란 당시 상비군도 없이 시민군으로 20만의 일본군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10년 국가의 상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가 산업혁명과 근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세계로의 진출로 소용돌이 칠 때 ‘우물 안 개구리’로 살던 조선의 운명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오늘 날에도 한국과 일본의 국력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군사, 경제력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에서 2-3위를 다툰다. 국내총생산은 4.5조 달러 정도로 공식적으로는 미국 다음의 2위이고 군사력은 평화헌법에 의한 자발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에 버금간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IMF 발발 이전의 한국 GDP는 일본의 10%에 불과한 규모였고, 지금도 20%를 넘지 못한다. 군사력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제로 전투기와 엄청난 숫자의 경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단 일본이 헌법 개정과 더불어 재무장을 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독도 사태에 대해서 우리가 중단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역사의 교훈을 잘 깨닫고, 과거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싸우고 나의 이익을 위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국민전체와 국가의 이익을 저버릴 때 우리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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