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 친구가 있어 따뜻한 그 곳
[연리지] 친구가 있어 따뜻한 그 곳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8.09.27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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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독립영화협회 10주년 행사스케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문 밖부터 떠들썩했다. 급조된 풍물패 '상상의 휘몰이'는 길놀이를 끝내고 문 앞에서 '동안' 순서대로 서로를 소개했고, 상쇠는 잔 가득 담긴 막걸리를 입에 머금었다 뿜었다. 여기저기 막걸리를 맞은 사람들은 짜증을 낼 만도 한데 모두 웃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한다. 아는 사람이 없다면 잠시 누군가의 친인척 잔치에 몰래 참석한 것처럼 낯 뜨거울 듯하다. 그만큼 그들은 서로 가족 같았다.



우리가 함께한 내 안의 영화


행사 컨셉은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간소하게'라는 고영재 사무처장의 말처럼 극장 안은 밖의 소란스러움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안내에 따라 3관으로 입장하자 극실험영화분과의 독립영화 감독 6인이 각 10만원의 제작비만 가지고 만든 옴니버스영화 '내 안의 영화' 상영이 곧바로 시작됐다. 영화에 대한 초심을 떠올리며 제작했다는 6편의 영화는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했다.


개중 영화 <XXX를 처음 보던 날/ 유종미>은 8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 주윤발과 장국영을 좋아하는 두 여고생 현지와 보라를 비춘다. 영화를 보려고 동생의 돼지 저금통까지 훔쳐가며 힘들게 찾은 극장에서 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과 마주한다. 바로 '엠마뉴엘2'의 XXX가 그것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창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테트리스 같았던 그것을 본 기억을 숨기기 위해 둘은 비밀을 묻을 놀이터 땅을 판다.


두 소녀배우의 표정연기 때문에 상영하는 내내 극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두 배우는 스텝과 배우 소개 때 알고 보니 영화감독 겸 선생님인 안슬기 감독의 제자들이었다. 대학생이 되어 행사장에 참석한 두 소녀의 쑥스러운 기립에 박수가 쏟아졌다.



끊임없는 ‘우리’이야기

 


2부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코믹한 영상(양해훈감독 제작)과 함께 시작되었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자신의 아이를 찍어놓은 캠코더 영상을 다시 보는 듯 인물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즉각반응! 여기저기서 ‘완전 가관이다’, ‘랩이며 연기며 저렇게 어색하냐’등 말덧글이 이어진다. 그러나 재미로만 보기엔 영상 곳곳엔 그들의 힘들었던 과거 모습이 담겨있었다. 물론 이 또한 지난날의 추억처럼 넘기는 듯 했지만 말이다.


한독협은 직접 꼽은 10인에게 앞으로 독립영화를 위해 더 많이 애써달라는 의미라며 ‘독립영화의 친구들’이라는 감사패를 수여했다. 수상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배우 권해효는 ‘오늘 뒤풀이 때 카드 좀 긁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혀 장내를 떠들썩하게 했다. 행사의 마지막은 독립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장식했다.



행사장 가득 함께한 그들의 친구들을 보니 독립영화 그리고 한독협의 미래가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됐다. 한독협은 이제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 그들의 20주년이 지금보다 더 따뜻하도록 그 손을 함께 잡아줄 친구가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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