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까페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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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성여자 대학교 강사
  • 승인 2003.10.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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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민을 대변하는 철학자 '묵자'
만약 묵자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라크를 공격한 미국을 가장 큰 인민의 적으로 상정하고, 이라크를 도와 방어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인민들이 대량으로 도륙당하는 현실은 보고 있을 수 없어 결국 최첨단의 방어 무기를 개발하고, 방호망을 구축했을 것이다. 그들은 무기제작, 방호시설 구축의 뛰어난 기술자들이었으며, 전략과 전술의 대가이며,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을 방어하는 군대이기도 했다. 묵자는 전쟁만큼 인민을 해롭게 하는 것이 없다고 보았다. 전쟁은 가장 의롭지 못한 것이고, 남을 손상시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침략행위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세상의 전쟁과 약탈의 원인은 무엇인가. 묵자는 바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이 자신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것’이 바로 세상의 난리가 일어나는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세상의 난리를 종식시키고, 인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자신의 나라로 보고, 다른 사람을 자신으로 볼 줄 아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묵자가 주장하는 ‘겸애(兼愛)’이다. 그런데 겸애의 내용은 인민의 이익 보장에 있다. 이를 ‘겸상애, 교상리(兼相愛 交相利)’라고 한다. ‘겸상애’란 신분상의 차등을 두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고, ‘교상리’란 이익의 상호 존중이다.
 또한 묵자는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계급을 천한 사람(묵자는 당시의 목수였고, 목수는 천민이었다)으로 규정한다. 자신을 천한 사람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세상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 그리고 사회적 실천이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그는 하층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하층민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묵자의 이러한 노력을 다른 사상가들은 ‘천한사람의 도’라고 불렀지만, 묵자는 ‘만민을 이롭게 하는 도’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귀족들이 찬탈하는 인민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결사와 행동강령을 만들고, 집단을 결성했다. 그 집단의 이념은 ‘자신의 능력에 의해 얻은 이익을 자신의 소유로 하는 것’이다. 이는 귀족들이 재화를 탈취하는 것을 막고, 재화의 균등한 분배 원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주린 자가 먹지 못하는 것과 추운 자가 입지 못하는 것, 피곤한 자가 쉬지 못하는 인민의 세 가지 큰 걱정거리’를 해결하고자 한 주장이다. 묵자는 더 나아가 신분적 차별을 부정하고 농부나 기술자, 장사치라도 능력이 있으면, 국가의 경영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관리는 신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에 따라 등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인민의 입장에 서서 인민의 이익을 도모한 묵자는 당시 유학적 소양에 따라 행해지던 성대한 음악회와 장례절차를 비판한다. 귀족들이 즐기는 성대한 음악회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음악회의 성행은 인민에게 조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비판한다. 또한 분수에 넘치는 장례의식은 3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실제로 인민들의 생산 활동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많은 재화를 땅에 묻는 것이어서 인민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묵자의 사상은 개인의 주체적인 자각을 철학적 토대로 삼은 것이 아니라, 외면적인 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인민의 삶을 보호 하려 한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 묵자는 수많은 전쟁터에서 인간방패 역할을 하고, 인민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발뒤꿈치가 다 닳도록 온 세상을 누빈 사회운동가이고, 노동운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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