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추석 우리 집 부엌은 전쟁중
[특집] 추석 우리 집 부엌은 전쟁중
  • 천소영
  • 승인 2008.09.28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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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딸, 엄마의 지원군이 되다


1차전 : 음식재료 준비하기
아침 7시 엄마의 하루는 시작 됐다. 시장에 가서 오늘의 요리를 위한 생선, 야채, 해산물과 같은 싱싱한 재료들을 사왔다. 돌아와서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을 차리고 쉬는 시간 없이 본격적으로 1차전에 돌입했다. 냉장고에 숨어있던 재료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음식 만들기는 시작된다. 1차전에는 가볍게 나물무치기와 전 부칠 재료 손질이 주요 임무이다.
고기를 다지고 미나리를 다듬고 엄마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나와 할머니는 전 부칠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실수투성이. 미나리와 시금치를 흐르는 물에 씻다가 혼이 난 후에야 고인 물에서 조심스럽게 씻어왔다. 엄청난 속도로 일을 해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쟁반에 전 부칠 재료들이 정갈한 모습을 드러낸다.
1시 30분경 1차전은 거의 마무리 되었다. 이젠 점심시간이다. 고기를 굽고 밥 차리고 또 식사 후 설거지하기, 나는 벌써 힘들어 지치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본 엄마는 그저 웃는다.


2차전 : 전 부치기
지금시간은 오후 2시. 2차전을 시작할 시간이다. 오늘은 명태전, 쇠고기전, 버섯전(느타리, 새송이)등이다. 이전에는 더 많았지만 며느리를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으로 할머니가 몇 가지 종류를 줄여 주셨다. ‘준비된 재료에 밀가루를 묻혀서 계란 옷을 입히고 팬에 올려놓고 뒤집기’를 몇 번이고 계속 반복했다. 날씨는 덥고 몸은 힘들고 기름도 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주부들이 겪는다는 ‘명절증후군’이 뭔지 몸소 알아가고 있다. 전을 다 부치고 나서 그대로 거실에서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엄마는 그 순간에도 생선을 굽고 계신다. 거실에 쓰러진 나를 부르더니 도우미는 어서 프라이팬 기름을 닦고 바닥에 어질어진 것을 치우라고 하신다.

3차전 : 마무리하기
힘들었던 하루는 저물어 간다. 내일 오실 손님의 숫자에 맞춰서 식기를 꺼내놓고, 식혜가 됐나 확인하는 것으로 엄마의 하루는 끝이 났다. 현재시간 저녁 10시 10분이다. 
아침 7시부터 저녁10시까지 총 14시간에 걸친 전쟁은 나에게 몸살을 남기고 끝났다. 딱 하루 엄마의 도우미를 한 것뿐인데, 앓아누워 버렸다. 체험을 마친 뒤 엄마는 “이번 추석에는 도우미가 생겨 좀 더 수월할거란 생각과 되도록 간단히, 양은 적게 한다고 했지만 하루 종일 걸렸다. 그래도 나중에 상을 차리면 상이 허전하기도 하다. 조상님과 함께할 가족, 친척들을 생각하며 고생을 마음속으로 감추어본다.”고 하셨다.

 

엄마의 노동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 소영이네 집

음식준비 및 정리

식사준비(요리, 식탁 차리기) 8시간
설거지, 식후 정리 3시간

의류관리
세탁 및 세탁물 널기 1시간

청소 및 정리
집안 청소(쓸기, 닦기) 30분
그 외 청소 및 정리 30분

가정관리관련 물품구입
시장보기(식료품, 일용품) 1시간

총 = 14시간
당일 임금환산 =
14시간 * 6000원 = 84,000원
*시간 당 임금은 대체직업 임금률로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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