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드세요
자연을 드세요
  • 천소영
  • 승인 2008.10.17 0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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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간 수서동의 비구니 회관 사찰음식강의실에는 향긋한 풀내음이 가득 했다. 사찰음식 연구반 수업이 있는 날이라 20여명의 사람들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더덕 덮밥과 우엉장국이다.
한 수강생은 “집에서 음식만 잘 챙겨서 먹는다면 병원에 갈 일이 없다”며, 사찰음식의 효능에 대해 설명했다. 아들을 둔 다른 수강자는“며느리를 맞을 때 혼수품에 사찰음식 자격증을 포함 시키겠다”라며 사찰음식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렇게 수강생들은 선재스님과 함께 배우며 만드는 사찰요리에 푹 빠져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
선재스님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기독교 신자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로 뽑혀 수원 용주사에서 열린 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들었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강의를 듣고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 전에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스님이 된 후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수라간 궁녀이던 외할머니의 재주를 물려받아서 사찰음식에 두각을 나타냈다.
스님은 사찰음식을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고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그 정의답게 사찰음식의 주된 재료는 그 계절에 나오는 계절채소와 야채이다. 또 요리에는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조선장만을 이용한다.

음식은 약


불교경전「사분율 약건도」에는 ‘모든 음식은 약이다’라고 적혀있으며, 음식을 동적 식품과 정적 식품으로 나누고 있다. 육류, 어패류, 오신채, 술, 인스턴트식품 같은 동적인 식품은 먹으면 밖으로 표출되는 힘이 생기는 식품으로 성질이 탁하지만 제철 채소, 나물 같은 정적인 식품은 내면이 충실해지는 식품으로 성질이 맑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음식을 약이라고 하셨지만 인스턴트식품은 약이 아니라 독이라고 생각해요. 식생활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문제까지 일으키거든요. 비행청소년이 늘어나는 것도 자극적인 요즘 음식 때문이에요”라며 선재스님은 인스턴트 등의 동적인 식품만 찾는 세태에 한숨을 쉬었다. 선재스님은 출가한 뒤 신흥사 청소년수련원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의 잘못된 식습관이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지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적인 식품만이 우리에 해가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엄마가 화난 상태에서 만들면 그것은 곧장 가족들, 특히 아이들에게 해가 간다고 하며, 식재료가 아닌 음식에 들어가는 마음 또한 강조했다.
“채식과 사찰음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에요. 채식은 건강을 위해 오신채를 포함한 채소만을 먹는 거지만 사찰음식은 정신과 육체를 모두 다스리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이죠”
먹거리로 인해 병이 생기기도 하지만 병은 음식으로 고쳐야 한다는 게 선재스님의 지론.  선재스님이 일반에게 권하는 건강법은 소식(小食)과 채식이다. 만약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없다면 채소를 고기의 두 배 이상 먹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채소의 섬유질이 육류가 몸속에 오래 남아 부패하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스님은 현재 선재사찰음식연구원 원장으로 있으며, 동국대와 비구니회관 문화센터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하고 있다. 스님께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사찰음식을 좀 더 연구해서, 사찰음식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아토피, 당뇨병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문화를 체험하게 하여 아이들 건강도 좋아지고, 좋은 식문화도 자리 잡았으면 좋겠고요”라고 했다. 식탁이 위험한 요즘, 건강한 식문화를 위하는 선재스님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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