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대학 발전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대학 발전은 무엇인가?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08.10.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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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라는 단어가 으레 상아탑이나 지성 혹은 지식인을 떠올리게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대학’이라는 단어는 ‘입시’나 ‘개혁’, ‘평가’ 등의 단어와 함께 자주 사용되고 있다. 대학에 이르는 ‘입시’의 길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기러기’가 되더라도 인내해야 하는 ‘지옥’이다. 이렇게 도달한 대학은 그러나 실용성 부재의 자기만족에 심취해 ‘당장 부릴 수 없는 졸업생’을 양산하는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모색은 세계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대학의 위기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립대학의 법인화와 통합 시도, ‘비인기 학과’의 폐지와 같은 조직적인 측면의 변화에서부터 교수의 연구업적 강화와 수업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학개혁 방안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12월부터 졸업생 취업현황, 교수 1인당 학생비율, 학생 충원률, 장학금 수혜 현황 등을 공시하는 대학정보공시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변화 압력을 배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발전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질적 평가의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실용을 강조하는 이러한 변화 압력에 대해 우리에게 대학은 무엇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학개혁이라는 문제가 매 해 새롭게 제기되는 것만 보아도 정작 대학이 무엇인지를 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학을 진리탐구의 장이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정작 진리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듯하다.


 대학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시민을 양성하는 곳이며, 개개인이 자기발견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취업난이 지속되고 해외 연수와 인턴십 경력이 가득한 이력서가 보편화되면서 학생들은 다시 새로운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으며, 대학들도 취업지원 조직과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취업이 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가? 사회의 모든 조직에서 실용성이 주도적인 가치가 된다면 실용만으로 달성될 수 없는 많은 인문학적, 민주적 가치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며, ‘살만한 사회’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 발전에 대한 근시안적인 정책과 함께 대학 내부의 반성과 성찰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면이 없지 않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사 년 후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만큼 백 년을 내다보는 교육목표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 역시 무엇이 될 것인가의 고민에 앞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일컫는 가을의 문턱에서 실용 앞에 무너지는 인문학을 굳이 국가의 지원을 받아가며 다시 육성하는 어설픈 현실의 한 편에 서서 한 권의 시집을 읽는 사람이 넘쳐나는 대학을 꿈꾸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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