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공연예술제 ‘두 메데아’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두 메데아’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박연경
  • 승인 2008.10.17 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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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동동동대문 동대문을 열어라
   귀에 익숙한 동요를 부르며 아이들이 뛰어 논다. 그 중 한 소녀와 소년이 마주 댄 손바닥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성장하여 결혼한다. 이 두 소년과 소녀가 바로 이아손과 메데아이다. 손목을 깨물어 맞대고 피를 나눔으로써 사랑을 맹세한 이 둘은 사랑스런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삶을 산다. 하지만 이아손은 권력과 욕망에 눈이 멀어 메데아를 배신하고 그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기로 한다. 메데아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아손의 마음을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그에게서는 메데아에 대한 사랑을 찾을 수 없다. 좌절한 메데아는 이아손을 증오하게 되고 잔인한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추방되기 전 하루 동안 메데아는 자식들을 통해 공주에게 독을 묻힌 옷과 관을 보낸다. 공주를 죽이고 난 메데아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을 죽일 것인가에 대해 고뇌한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과 갈등하던 메데아는 결국 자신의 아이들도 죽이게 된다.
   연극 두 메데아의 이야기는 어렸을 적 한 번쯤 읽어본 그리스·로마 신화 이아손과 메데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연극 두 메데아는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이 이야기에 우리전통소리를 첨가하여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소리광대가 무대 한 켠에 함께 등장하여 소리를 읊는다. 한국의 전통적 노래와 전통무술이 등장인물의 평범한 일상적 소리와 몸짓에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마지막 장면은 메데아가 작은 바구니에 아이들의 시신을 담아 영혼을 순수의 세계로 보내는 제의식을 치러주는 장면이다. 이러한 모습 역시 한국의 전통적 정서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연극 두 메데아는 단순히 서양의 신화에서 발췌한 한 이야기가 아닌 현대사회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연인과 사랑에 빠지고 상대의 배신으로 인해 헤어짐을 결심하게 되는 연인의 모습은 현대사회에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이혼 모티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메데아 속에는 제목 그대로 두 명의 메데아가 등장한다. 진짜 메데아 외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메데아는 메데아 자신의 분신이다. 이아손(남성)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받은 한 여성의 모습인 메데아는 자기 손으로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 이아손을 벌주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반면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인 메데아의 분신은 메데아의 결심을 말리려 애를 쓴다. “사랑의 무덤 위에 행복을 튼튼히 다진 다구요? 난 원치 않아요. 원치 않아요”라는 메데아의 외침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버려진 여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리고 자식이 죽자 좌절하는 분신의 모습에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모성의 마음이 묻어난다.
   두 메데아는 단순한 신화를 소재로 한 연극이 아닌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한국적 정서를 가미하여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스토리와 동양의 극적 표현요소를 함께 담고 있는 두 메데아는 우리가 기존의 연극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2008 서울 국제 공연예술제
‘충돌과 조화’를 주제로한 이번 서울 국제 공연예술제는 지난달 18일을 시작으로 오는 19일까지 32일간 아르코 예술극장,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계속된다. 13개국 39단체의 총 38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2008 서울 국제 공연예술제에서는 연극, 무용 등의 다양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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