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룸 넘버 13]
[연극 룸 넘버 13]
  • 박연경 기자
  • 승인 2008.11.09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연장 내 작은 무대는 아늑한 방으로 꾸며져 있다. 이윽고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사내가 등장한다. 잘나가는 여당국회의원인 리처드다. 그가 이 호텔방에 나타난 이유는 야당총재의 비서 제인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여당국회의원과 야당총재 비서의 스캔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이제부터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젖힌 커튼 속에서 난데없이 창문에 끼인 시체가 등장한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간 국정감사를 해야 할 시간에 야당총재 비서와 바람이 나 호텔에 있다는 사실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두 사람은 일단 시체를 옷장에 숨겨놓는다. 리처드는 자신의 비서 조지를 불러 모든 사건을 해결하도록 지시할 작정이다. 하지만 제인의 다혈질 남편 로니와 리처드의 부인 파멜라까지 호텔에 모습을 나타낸다. 점점 꼬여만 가는 사건을 리처드와 조지가 어떻게 풀어갈지 연극을 보는 내내 관객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이미 연극 라이어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 레이쿠니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룸 넘버 13은 주인공들이 겪는 좌충우돌의 사건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수록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거짓말은 늘어만 간다. 처음 시작한 작은 거짓말은 점점 커져 금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사건은 점점 미로 속으로 깊게 빠져든다. 궁지에 몰린 리처드와 그의 비서 조지의 매 사건에 대한 대처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연극이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연신 폭소를 터뜨리느라 입을 다물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 재미와 웃음보다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건의 원인인 국회의원 리처드보다도 그의 비서인 조지가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온몸을 던진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살길은 네가 저 시체를 처리하는 거야. 네 손에 우리 모두가 달린 거 알지?”라며 조지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리처드의 말에 조지는 원치 않는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불륜을 저지른 것도, 거짓말을 한 것도 모두 리처드의 짓이건만 조지는 대책 없이 커져만 가는 이 사건을 수습하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리처드는 “조지가 제인을 꼬셨어요. 전부 조지가 그런 거라니까요”라며 자신의 잘못을 모두 조지에게 뒤집어씌운다. 졸지에 불륜의 범인이 되어버린 조지가 지르는 외마디 비명에서 조지의 답답함과 억울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비겁한 인간의 모습을 웃음 뒤에 감춰진 리처드의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호텔의 웨이터인 후크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어떤 일이든 팁(돈)이 가장 중요하다. 팁(돈)을 주어야만 움직이고 일을 하는 그와 리처드가 펼치는 실랑이에서 현대인들의 속물적인 근성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드러난다.


   ‘웃음작렬연극’이란 별명처럼 연극 룸 넘버 13은 공연 내내 관객들의 배꼽을 빼 놓는다. 연극 룸 넘버 13을 관람하고 난 김미정씨(32)는 “정말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배우들이 열심히, 재미있게 연기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며 “이렇게 많이 웃은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연극 룸 넘버 13은 마냥 재밌게 웃고 가볍게 지나가는 연극은 결코 아니다. 웃음 속에 담긴 현실 풍자의 의미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본다면 연극 룸 넘버 13의 재미를 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코믹극보다도 더 강한 웃음을 선사하는 연극 룸 넘버 13. 다만 지나치게 웃음과 재미에 치우쳐 자칫 그 의미를 놓치고 지나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해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정해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