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으실 분이 뭘 그리 놀라요?
어차피 죽으실 분이 뭘 그리 놀라요?
  • 박연경
  • 승인 2009.01.0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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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포스터

   어두컴컴한 집 안. 죽을 사(死)가 써진 갖가지 물건이 벽에 잔뜩 진열되어 있다. 이 집의 주인은 ‘안락사’.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안락사’는 자살사이트를 통해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은 ‘죽여주는’ 사람이다. 안락사의 집에 ‘죽여 달라고’ 찾아온 마돈나는 안락사가 보여주는 다양한 ‘상품’을 살펴보며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고민 중이다. 안락사는 “나 자신만을 위한 자살, 이것이 바로 숭고한 의미의 자살이죠!”라며 마돈나를 부추긴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죽여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살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죽여주는 것을 중심으로 모든 극이 전개된다. 등장인물이 세 명뿐이라 자칫 단순한 구성의 연극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난잡하게 많은 사건들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인물들이 이어가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하는 연극이다.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공연을 진행한다.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도중에 배우가 객석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이 연극의 가장 독특한 점은 부활팀과 영혼팀 두개의 팀이 서로 다른 반전을 담은 연극을 펼친다는 것이다. 평범한 다른 연극과는 달리 배우들이 누구냐에 따라 극의 내용이 달라진다. 특히 양 팀에서 마돈나 역을 부활팀은 남자 배우가, 영혼팀은 여자 배우가 맡아 연극의 내용은 서로 다르다. 연출가는 극을 한 가지로 정해버리는 것보다 연극이라는 공연의 가능성을 최대로 열어두고 공연을 하면서 즉흥적인 창작예술의 성격을 살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극중 인물들은 모두 자살을 원하는 사람과 돈을 받고 자살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특히 ‘자살하려는 년놈들 때문에 먹고사는’ 인물인 안락사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다양한 상품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자살을 권유한다. 자신을 ‘양심이 넘치는 놈’이라 말하는 안락사. 하지만 정작 자신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르다. “자살은 미친 짓이야! 자살을 왜 해? 자기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나 좀 살려줘! 사람 살려!” 자살사이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지만 정작 자신은 죽고 싶어 하지 않으며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안락사의 모습은 매우 이중적이다.

   자살을 소재로 한 연극임에도 죽여주는 이야기는 전혀 무겁고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분명 극중 인물들은 인간의 죽음을 ‘상품화’하여 너도나도 죽으려 또, 죽이려 한다. 자살이 무엇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 시점에서 자살이라는 것을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연출가의 의도는 여기서 나타난다. 바로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가볍게 웃음과 재미를 넣어 다루면서 관객 스스로가 ‘자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연출가 이훈국씨는 “사랑에 대한 공연은 매우 많다. 나는 그런 것보다 사회적 이슈, 문제가 되는 것을 가지고 공연예술을 통해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자살에 대해 다룬다고 해서 무겁게 가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가볍고 재미있게 다루면서도 그 의미를 잃지 않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흔히, 쉽게 생각하고 접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것은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자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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