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통하는 곳, 통문관
글이 통하는 곳, 통문관
  • 박연경
  • 승인 2009.01.0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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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통문관' 대표 이종운씨
   인사동 거리를 걸어 본 적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동거리나 종로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통문관’(通文館) 대표 이종운 씨를 만나기 위해 인사동 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살을 에일듯한 추위에 인사동 거리의 정겨움 따윈 느껴볼 겨를도 없이 눈부터 돌렸다. 이내 낯익은 간판을 발견하고는 칼바람을 피해 급히 문을 열었다.
엄마 여기 박물관이야?
   통문관 안에 있는 빛이 바랜 고서적들은 인사동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며칠 전에도 엄마와 함께 나온 꼬마아이가 고서적들로 가득 찬 통문관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묻더란다. “엄마 여기 박물관이야?” 이 대표는 초등학생들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들도 서점 문을 열고 ‘여기가 뭐하는 데예요?’ 내지는 ‘여기 있는 책 전부 엄청 비싸겠다, 그렇죠?’라고 묻는다며 웃었다. 고서적이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고서적을 모으는 수집가들, 직업이나 학업을 위해 고서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고서적 서점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글이 통하는 곳
   통문관은 입구부터 헌책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입구부터 쌓여있는 수많은 고서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 통문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운 대표는 통문관이라는 이름의 의미에 대해 묻자 대단한 의미를 담고 있는 건 아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통문관은 1934년 ‘금항당’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책방이라는 느낌을 살려 이름을 통문관으로 바꿨다. 그 뜻은 말 그대로, ‘글이 통하는 곳’이다. 이 대표는 과거의 서점은 문인, 학자들이 자주 들러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알아가는 매개체가 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특이해서 외로운 길
   대를 이어 고서적 서점을 운영해 오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자 이 대표는 서점 운영이나 경영에 있어서의 어려움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굳이 힘든 것이 있다면 ‘특이해서 외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 내부가 모두 희귀 고서적으로 가득 찬 이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모두 자주 찾는 낯익은 단골고객들이다. 그렇다보니 서점을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을 제외하면 새로운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일반 서점처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이 대표가 느끼는 어려움을 꼽으라면 단지 고서적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고서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재테크, 부동산 등의 화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 고서적 얘길 할 순 없잖아요’라며 웃는다.
차근차근 조금씩 알아가는
   통문관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이 대학원 이상의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볼 만한 서적들이다. 그렇다 보니 고서적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대게 특수화 된 서적, 오래되고 희귀한 서적을 수집하는 사람들과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 및 교수진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현대의 일반인들에게 고서적은 아직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서를 거의 접해 보지 않았던 일반인들이 갑자기 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고서를 보는 눈을 키우기란 쉽지 않죠.” 고서를 보는 눈을 키우려면 다양한 시대의 고서들을 차근차근 접해보는 것이 가장 좋단다. 이를 위해서는 문헌정보학, 국문학, 역사학, 불교사학 등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개괄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숨겨진 매력을 찾아
   가끔 고서적 서점 운영을 일종의 재테크라고 생각하고는,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지 물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갓난아기에게 뛰는 법을 가르칠 수 없듯이, 고서적을 보는 눈을 한꺼번에 확 띄워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많이 접해보면서 시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고서적에 대한 연구 및 발굴 작업은 계속 되야 한다고 말했다. 마냥 부담감과 중압감만을 느끼기 보다는 좀 더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관심을 가지고 다시 돌아보면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 고고한 매력이 담긴 고서적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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