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작게, 책의 변신은 무죄?
예쁘게 작게, 책의 변신은 무죄?
  • 박연경
  • 승인 2009.01.0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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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주간한국>

   책을 사러 서점에 들어선 순간, 눈이 바빠진다. 요즘 책들은 모두 옷을 입고 나온다. 바로 책 표지부터 내지까지 모두 예쁘게 디자인 되어 출판되기 때문이다. 이런 책들은 금세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겉모양만 예뻐지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도서관, 버스 안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휴대하며 읽을 수 있도록 크기도 작아지고 가벼워졌다. 편리함과 예쁜 디자인을 동시에 갖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과연 이러한 책들은 본래의 ‘책’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일부에서는 이러한 요즘의 책들이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라기보다는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요즘 출판되는 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디자인이다. 깨끗한 겉표지에는 시집에나 어울릴 법한 예쁜 그림들이 들어가 있다. 책을 펼치면 편지지처럼 예쁜 속지가 나타난다. 이런 ‘예쁜 책들’은 예쁜 디자인을 무기로 기존의 평범한 책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일종의 판매 전략이었던 책 디자인을 예쁘게 변화시키는 시도는 성공이었다. 우리대학 박소연(문헌정보) 교수는 “요즘은 워낙 영상과 미디어에 익숙한 시대이다 보니 책의 시각적 디자인 역시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 됐다”며 “디자인이 예쁘게 꾸며진 책 또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 이종운 통문관 대표는 “고서적의 경우에도 단순히 활자본만 있는 병제본과 달리 그림을 그려 표지를 따로 만들어 제작한 특제본의 경우가 희귀가치도 더 높고 가격도 높게 측정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예쁜 책’들이 인기를 끌고 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책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채 지나치게 겉모양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지혜(자연과학 1) 학우는 “속지나 표지가 예쁜 책이 눈길을 끌긴 하지만, 책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산만하고 질리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되도록 디자인이 화려하지 않은 책을 산다”고 말했다. 책을 읽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단순히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예쁜 책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쁜 책’과 함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바로 ‘핸디북’이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노원문고의 한 관계자는 “최근 책들은 휴대하기 편하게 크기가 작게 만들어져서 나오는 것들이 많다. 이런 디자인의 책들은 주로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9월의 핸디북 판매권수가 5만 9천권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5월의 판매권수는 9만 2천권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핸디북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책에 휴대성을 더하기 위해 책의 크기를 줄이다 보니 책의 두께가 두꺼워지거나 글자크기가 작아져 버렸다. 글자 크기가 작아지고 줄 간격 등의 여백이 좁아진 것이다. 이것은 독자들이 책을 읽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독자가 책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책은 본래 제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본 기능은 독자가 책을 통해 감동과 정보를 얻는 데에 있다. 이제는 책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품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책의 본래 의미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그 책만의 매력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디자인을 넣는 것이 바로 책에 제대로 된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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