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은하수
당신의 은하수
  • 이봄애 기자
  • 승인 2009.01.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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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밀키웨이' 포스터
 당신은 은하수를 본 적이 있는가. 까만 밤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들이 마치 강이 흐르듯 펼쳐져 있는 모습. 이것은 아주 많은 별빛이 집적된 것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강과 같이 보이므로 은하수란 이름이 붙었다. 은하수는 밀키웨이(milky way)라고도 하며 하늘을 한 바퀴 휘감고 있어, 지구 어디에서든 관측이 가능하나 주로 여름에 쉽게 볼 수 있다. 뚝 떨어진 기온에 두꺼워진 옷차림으로 겨울이 왔음을 알 수 있는 요즘, 서울 한복판에서 은하수를 볼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대학로의 소극장에서 2명의 배우가 만들어 내는 <밀키웨이>는 순수연극에 목말랐던 관객이라면, 밤하늘을 수놓는 찬란한 은하수를 본 것처럼, 저마다의 가슴에 별자리로 새겨지는 감동의 시간을 확인 할 수 있게 해 준다. <밀키웨이>는 독일의 희곡작가이자 배우 겸 연출가였던 칼 비트링커의 대표작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번안한 것으로, 2차대전 중 실종되었던 한 독일 병사가 고향으로 돌아와 겪는 혼돈과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연극 <밀키웨이>는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환자와 정신병동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새워, ‘왜 그 남자는 정신병자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요즘의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삶을 살며 우리는 모두 한 번 씩은 혼돈과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김명곤 연출자는 “내가 상실에 빠져 방황할 무렵, 이 작품을 통해 좌절의 시간 속에서도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며 “<밀키웨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싶다”고 말했다.
 <밀키웨이>가 전체적으로 관객에게 던져주려는 메시지는 ‘순수함’이다. 또한 자신만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편견의 ‘위험성’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경고함으로써 관객들이 마음을 열고 가슴으로 느껴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연극에서 주인공 박성호 역을 맡은 배우 정의갑씨는 “우리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극의 주인공도 확실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끊임없이 찾아 간다”며 “아무리 뛰어난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크고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주인공을 보며 연극이 말하려고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얻어간다면 자신만의 <밀키웨이>를 충분히 새기고 간 것 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130석의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진행되는 이 연극은, 소극장의 장점을 살려 관객 중 한사람이 직접 무대로 올라와 연극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유도 하는 등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그러나 집적적 참여와 소통이라는 좋은 의도를 가진 관객의 참여는 본 의도와는 달리 연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려 아쉬움을 남긴다.
 이날 연극을 관람한 조연수(26)씨는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겪는 힘든 상황들을 이겨나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연극 이었다”고 감상을 말했다. 추운 날씨에 마음까지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요즘, 서울한복판의 ‘은하수’는 우리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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