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에 이르는 길
미학에 이르는 길
  • 김문환(서울대 미학과) 교수
  • 승인 2009.03.02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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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학이라는 전공분야와 관련되면서 딱딱하지 않은 학술도서를 소개해달라는 청탁은 실로 부담스럽다. 흔히 오해하고 있듯이 미학은 문자 그대로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예술과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예술과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모범으로 삼았던 시대도 없지 않았으나,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그런 ‘좁은 의미에서의 아름다움’을 목표로 한 예술보다는 오히려 아름답지 못해 보이는, 까다로운 예술이 좀 더 우세하기조차 하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파괴하고자 하는듯한 예술까지 포함해서 날이 갈수록 더욱 다양해지는 예술 활동과 그 소산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업은 결국 그만큼 더 추상화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즉각적인 이해는 어떤 점에서 불가능해 보이기조차 하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미학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무엇보다도 그 역사와 체계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예술의 역사가 아니라, 그것을 참조하면서도 예술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미학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예술과 윤리의식』(서울, 소학사, 2003)이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다. 이는 미학의 전사(前史)라는 항목으로부터 본론을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미학이나 그 대상이 되는 예술 체계의 확립이 18세기 서양을 기점으로 삼는다는 사정이 작용한다. 이어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미학이론들이 간추려져 있다.

  이처럼 역사를 개관하고자 할 때, 우리는 역사 서술이 단순히 과거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거기에는 역사를 어떻게 파악, 서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 한마디로 해서 역사관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서는 예술이나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미학 자체가 인간이면 마땅히 갖춰야 할 윤리적인 가치의식과 직접, 간접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미학의 역사를 <성숙의 논리>에 입각하여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행히도 2004년도 대한민국학술원의 기초학문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어 그 취지가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셈인지라, 나로서는 부담 없이 일독을 권해본다.

  이와 같은 역사적 이해 못지않게 특히 현대미학을 구성하는 핵심개념들과 논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미학의 중심』(서울대 출판부, 2001)을 써내었다. 이는 지금도 서울대에서 미학과의 필수과목중 하나인「미학원론」의 교재로 쓰이고 있는데, 거기에는 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 가급적 평이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예술의 정의 문제는 매우 까다로운 편인데, 예술작품이라는 객체와 이를 마주하는 주체의 상호관계를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역사적 관계주의에 역점을 두어 설명하고자 했다. 나아가 전통적으로 지배적이던 예술철학에 저항하는 예술과학 또는 예술학의 입장, 예술작품의 창작과 감상의 상관관계, 그리고 작품해석을 둘러싼 여러 가지 견해의 핵심적인 주장, 그리고 예술과 인간존재가 꾸준하게 추구해온 지상적 가치, 즉 진선미와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해명 또한 필수불가결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만일 이러한 설명들이 너무도 추상적이라고 느껴져 불만스러운 사람이 있다면,『문화경제론』(서울대출판부, 1997)이나『문화교육론』(서울대출판부, 1999), 그리고『문화외교론』(서울, 소학사, 2004) 등을 권해볼 도리밖에 없다. 이 책들에서는 예술을 포함하여 문화영역이 좀 더 실천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생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다루어져 있다.

  모름지기 학문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했던가? 학문연마란 아무래도 깊이와 넓이를 요구하는 만큼 너무 쉽게 알아버리고자 하는 유혹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취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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