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자
노동문제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자
  •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 승인 2009.07.06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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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하는 강연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한 학생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저는 네덜란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인데요. 지난번 철도노조 파업할 때,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모두들 한결같이 파업의 부정적 측면만 이야기하는지…. 파업이 사회에 미치는 유익한 영향에 대해서 말하는 기자나 시민은 왜 한 명도 없는지, 참 이상했습니다.” 그 학생이 살았던 곳에서는 파업에 관한 언론 보도의 절반 정도는 파업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설명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하니, 깜짝 놀란 것도 당연하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 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노동문제에 대해 가르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생들이 1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모의 단체교섭을 진행하도록 가르치기도 한다. 교과서에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서명운동, 항의문건 작성, 펼침막ㆍ벽보 제작,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연설문 작성 방법까지 명시돼있다.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분량을 노동문제에 할애한 중등 사회과 교과서도 있고, 청소년 실업에 관한 내용을 29쪽에 걸쳐 설명한 교과서도 있다.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일찍이 초등학생 때부터 노동조건이 노동자의 삶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고, 노동조건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 과목에서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을 1년 동안 3분의 1 정도의 비중으로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아니 왜 고등학교에서 단체교섭의 전략 전술에 대해 몇 개월 동안이나 가르치는 거야?”라는 의문을 품을 사람들이 많겠지만 노동자가 경영자, 학생과 교사 등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제도권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교육을 모두 받고 대학생이 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노동문제를 이해하는 시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중ㆍ고등학생들을 직접 만나 조사해 보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우리나라는 노동기본권이 과도하게 보장돼있어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배웠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 형성된 노동운동에 대한 혐오감은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인 미국 노사관계 전문가조차 한국 정부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은 운동선수의 팔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렴치한 일인데,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무노조 경영’을 자신들의 경영 철학이라고 말하고, 국민들이 그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제도권 교육에서 노동문제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왜 우리나라 언론은 노동운동에 대해 편향적 시각으로 비난하고, 이에 국민들은 노동운동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는 나라가 돼버렸을까? 그 원인을 오로지 노동조합의 투쟁적 행태에서 찾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라 할 수 없다. ‘식민지’와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특이한 자본주의화 과정을 같이 통찰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운동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가진 세력들이 친일 반민족행위 청산,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 평화 운동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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