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노동운동의 현실과 과제
현 노동운동의 현실과 과제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 교수
  • 승인 2009.07.0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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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속노조가 2009년 2월 한 달 동안 15개 사업장에서 1,49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해고의 공포가 매우 높았다. 설문 대상의 69.1%가 해직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해직 후 복귀가능성에 대해선 67.9%가 복귀 불가능이라 답했다. 제조업 비정규직 노동자 3명 가운데 2명은 해고 불안감에 만성적으로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 2009년 3월 23일, 금속노조 산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공장 간 물량이관으로 발생하는 비정규직 해고를 막는 방법은 정규직, 비정규직의 총고용 보장이 원칙’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현대차 노조가 정규직의 고용안정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산별 노조인 금속노조의 이름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불문하고 단 한 명의 해고도 없는 물량이관과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총고용 보장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성명서는 4일 전인 3월 19일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조합원의 고용안전을 위해 공장 간 물량나누기와 다차종 생산이 필요하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데 대한 반론이다. 현대차 지부에 따르면 경제위기와 유가급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잘 팔리는 아반떼를 생산해온 3공장 물량을 2공장으로 나눠 혼류 생산하는 것이 옳다. 왜냐하면 2공장은 그간 투싼과 산타페, 그리고 단종된 에쿠스를 생산해왔지만 수요 격감으로 잔업, 특근이 없어지고 노동시간 단축까지 반복해왔기에 일감이 없어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물량 나누기를 통한 고용 안정을 꾀하자는 발상이었다. 요컨대, 시장 상황에 연동된 작업 물량과 고용 안정성, 그 와중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미묘한 갈등, 이것이 신자유주의 하 노동운동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한편 이런 상황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3월 23일 한국철도공사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직권중재 기간 중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노조에게 69억 9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것도 1심이 내린 51억 7천만 원보다 18억 2천만 원이나 늘린 것이다. 한마디로 철도 노조를 말려 죽이겠다는 것이다. 파업을 하려면 패가망신할 각오를 하라는 것이다. 이에 연장선인 듯, 3월 25일, 노동부 장관은 2010년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을 발효시키고 대신 복수 노조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조합원 100명인 노조의 연평균 조합비는 2천317만 원으로, 전임자 1명의 임금인 연 3천232만 원보다 적었다. 결국, 100명 이하 사업장에서는 노조 활동이 불가능한 셈이다. 결국 노조는 만들되, 전임자나 집단행동은 제약을 받으라는 것이다.
노동운동 입장에서는 내우외환이다. 전체 노조 조직률이 11%를 맴도는 수준에서 거대한 자본이나 권력에 맞서 노동인권을 관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또 갈수록 자본의 위기가 노동의 위기로 전가된다. 노동자 간 경쟁과 분열은 심해지고 더 많은 노동자가 자본을 내면화한다. 노동의 위기를 넘어 생태위기도 심각해진다. 이런 과제를 노동자나 노동운동이 모두 해결하는 건 불가능이다.
따라서 노동자 내부의 경쟁과 분열을 극복하면서도 노동자 외부의 다양한 시민 사회 운동과 소통 및 연대를 해나가야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과연 우리 후손들에게 피폐한 미래를 물려 줄 것인가, 활기찬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그 답은 바로 우리의 희망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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