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시작된 학과제 전환 미래대학 생태계에 적합해야
논의 시작된 학과제 전환 미래대학 생태계에 적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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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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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과대학별로 ‘학과제 전환 방안 연구 개발 태스크포스 구성위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실시되는 등 새 학기 들어서 교내에서는 현재의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 8대 총장으로 선출된 지은희 총장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현 정부도 그동안 금지했던 학과 단위의 신입생 모집을 허용함에 따라, 대학 본부가 주가 되어 학과제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 같다.
  학과제로의 전환 움직임과 관련하여 우리는 몇 가지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첫째, 학과제로의 전환이 누구의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느냐는 문제이다. 학과제 전환 주창자들이 내세우는 심화된 전공 교육, 학생 간 또는 사제 간의 유대 강화 등의 이점이 기존의 학부제 또는 융합된 교육 체계가 가지는 이점을 과연 능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학부제는 기본적으로 교육의 공급자인 교수가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의 입장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학생들에게 보다 다양한 학문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성숙된 의사결정자로서 자질이 갖추어졌을 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칸막이 쳐진 학문이 아닌 융합된 학문을 궁구하여 완전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지닌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과제 전환 문제를 논의할 때에는 학생들의 이해를 어떻게 반영할까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학과제로 전환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학교는 전체 학생 수가 6,789명인데 전공의 수는 35개(교직과정 미포함)이다. 이러한 전공의 수는 우리 학교보다 학생 수가 1.6배인 대학교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2009년 1학기에 개설된 전공 강좌 중에서 수강 학생이 15명 이하인 강좌가 110개에 이른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학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어도 한 학년 학생 수가 50명은 되야 한다. 만일 학과제로 전환을 한다면 학과의 수를 현재 전공 수의 반 이하로 줄이는 문제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셋째, 학과제 전환이 학생의 유치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오늘날 대학 진학 희망자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 및 그 대학의 학과 사정을 인터넷 등과 같은 정보 원천을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특정 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이 교수 수가 2~3명인 대학과 10명을 넘는 대학을 놓고 고민할 때, 어느 대학이 선택될 확률이 높을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 봐야 한다. 칸막이가 쳐진 상황에서 학과의 교수 수가 적으면 제공하는 강좌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전공을 그대로 살려서 학과로 전환했을 때에는 다양성의 한계 때문에 타 대학으로 이탈하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현재의 전공을 학과로 그대로 전환하는 것이 오늘날 대학 생태계에 적합한가에 대한 문제이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대학의 생태계는 크게 변했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에 반응적으로 혹은 선제적으로 적응하기 위하여 우리 주변의 수많은 대학들은 단과대학 및 학과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그래서 대학 사회에서도 이젠 ‘선택과 집중’, ‘융합’ 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학과제로의 전환 논의를 시작한 이상 전공뿐만 아니라 단과대학의 융합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가령 전공 간에 유사성이 있고, 융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크다면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정보공학대학, 예술대학 등에 속한 개별 전공들이 모여서 새로운 단과대학을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주변의 대학교들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우리는 현실에 안주해 왔다. 드물게 진행된 개혁은 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지도 못했다. 기왕에 논의를 시작한 학과제 전환만이라도 미래의 대학 생태계에 적합하고, 그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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