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부르는 뇌
기적을 부르는 뇌
  • 고영규(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09.07.06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뇌를 매우 그럴 듯하게 보여준다. 매트릭스 안에서 인간의 뇌는 오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뿐만 아니라 생각과 판단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매트릭스 프로그램이 인간의 뇌에 주는 것은 단지 전기신호다. 사이퍼(Cypher)는 매트릭스가 주는 황홀한 전기신호(맛있는 고기를 먹을 때의 그 감미로운 전기신호)를 잊지 못하여 매트릭스 세계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모피어스(Morpheus)와 네오(Neo)를 배신한다. 현실세계에서도 고기를 먹을 때의 뇌의 포만감과 행복감은 기본적으로 매트릭스 프로그램이 주는 전기신호와 같다는 것을 사이퍼(Cypher)는 알고 있었다. 현실세계에서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자극들은 궁극적으로 전기신호로 전환되어 뇌로 전달된다. 최종적으로 뇌는 이러한 전기신호를 편안함, 행복, 충족감, 희망, 우울, 분노, 공포 등의 감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뇌는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에 따라서 철저하게 가동되는 기계장치이다.
 

 과연 뇌는 복잡한 기계장치에 불과한가? 여러 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장치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의 범주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인간이 개입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그 기능에 있어서 변화가 없다. 게다가 어떤 부품의 고장은 바로 작동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는 부품과 기능의 일대일 관계를 의미한다. 20세기 초반에 뇌 영역과 기능에 대한 일대일 관계에 대한 이론인 국재론(localizationism)이 성행했고 이 이론은 ‘한 기능 한 영역’이라는 말로 요약되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 이론에 따라서 뇌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장소, 언어를 담당하는 장소, 추론을 위한 장소들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뇌 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즉 언어영역이 손상된 뇌졸중 환자는 언어능력을 잃게 되어 뇌의 다른 영역이 언어영역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졌다.
 

  1970년대 미국 과학자인 머제니치(Michael Merzenich)는 상세한 뇌 지도를 작성하는 동안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원숭이의 중지를 절단한 후 원숭이 뇌 지도를 작성하였다. 놀랍게도 중지에 관련된 뇌 영역은 이제 다른 손가락들을 위한 영역으로 바뀌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 뇌지도가 변경될 수 있음을, 즉 뇌지도가 가소성(휠 수 있음의 의미, plasticity)을 가지고 있음을 머제니치가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시각을 갑자기 잃어버린 사람이 놀랄만한 청각과 촉각 능력을 가진다는 것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 환자의 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은 좁아지고 청각과 촉각을 담당하는 영역은 넓어지게 되는데, 이는 성인의 뇌 역시 가소성을 지니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머제니치가 시작한 뇌 가소성 이론을 이용하여 이제 많은 과학자들은 운동선수들의 상상훈련(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이 상상훈련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임), 뇌졸중 환자의 재활, 자폐증, 우울증, 통증의 치료, 치매의 예방에 힘쓰고 있다. 여러분은 상상훈련만으로도 근육을 키울 수 있고 뇌를 젊게 유지할 수 있다. 여러분이 뇌 가소성을 믿는다면 여러분의 성실한 노력으로 뇌 지도를 다시 작성하여 여러분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인 노먼 도이지(Norma Doidge)가 쓴 <기적을 부르는 뇌>(출판사 지호, 김미선 옮김, 2008년)는 뇌 가소성에 대한 역사를 추적하면서 기적을 일으키는 뇌의 변화를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분은 죽는 날까지 뇌를 끊임없이 훈련시켜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서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이서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