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20대의 선택
빈곤한 20대의 선택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09.07.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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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경제 위기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2008년 가을 미국을 시발점으로 지구촌 곳곳을 강타한 위기의 실체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신자유주의는 지난 30여년 간 전 세계를 지배했던 사실상 자본주의의 한 형태였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경제시스템을 받아들였으며, 현재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가 대중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깊이 잠식되어 있는 형국이다.
최근 불어 닥친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겠다는 자본 중심의 삶을 살아오다가 자칫하면 자신의 삶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제 조금씩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돈을 벌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경제위기의 여파로 인한 현실적 고통은 크고 길 것만 같다. 특히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들은 바로 대학생, 즉 20대 청년세대이다.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단지 졸업 이후 잠시 취업이 늦춰지는 취업난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청년세대가 감수해야 할 상황은 비정규직과 실업 등 빈곤의 삶에 가까운 생활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특히 서울의 집값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다. 평범한 정규직 직장인이라 할지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비정규직과 실업을 전전하는 세대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사회의 가까운 미래는 이미 지난 20여년간 일본사회가 보여주었다. 일본에서는 현재 30대 중반에 해당되는 세대가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왔다. 그들은 정규직을 얻기가 힘들었으며 ‘프리터’(free+arbeiter)로서의 삶을 일반화시킨 세대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들은 계속 자신들이 처한 빈곤의 삶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의 20대 역시 30대나 40대가 되면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고통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 나타나는 지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에서 경제위기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적 권리나 삶에 대한 축소 혹은 박탈을 가속화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야 할까? 최근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공공성의 회복을 통해 양극화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고통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정책적 지원을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라질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기본월급제와 같은 획기적인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 다른 하나는 빈곤한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위기에 빠졌다고 할지라도 결국 새로운 형태의 금융자본주의는 다시 귀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삶의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과 유통과 소비에 대한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과 새로운 형태의 유통방식을 창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인 거래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소비를 최소화하는 공동체운동의 출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당신들은 어디에 설 것인가? 여전히 20대의 대부분은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경쟁원리라는 쳇바퀴에 편입되려고 애쓸 것이다. 물론 그 바퀴는 일단 편입되기만 하면 안락해보이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쳇바퀴에서 튕겨나오는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명심하자.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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