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문맹은 “카더라 통신”
현대사회의 문맹은 “카더라 통신”
  •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09.07.06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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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말하고 쓸 수 있어야
<출처=노컷뉴스>
  매일 아침 우리는 인터넷을 접속하는 순간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다. 연예인들의 결혼과 이혼 소식부터 대통령, 정치인, 공무원들의 온갖 잡다한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각종 블로그, 게시판 등을 통해서 “카더라” 통신이 유포되기 시작하여,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에게 퍼져나간다. 정보의 유통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만큼 빠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는 순간, 우리사회는 크던 작던 혼란에 빠진다. 이런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글을 못 읽는 것을 ‘문맹’ 이라고 불렀다. 문맹인 사람들은 오직 말에 의해서만 정보를 입수하고 전달할 수 있었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어서 문맹률이 높은 사회일수록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전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 잘못된 정보가 많이 떠돌아 다닐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다른 의미에서 문맹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21세기의 문맹은 한글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정확한 정보는 어떻게 입수해야 할까?
  과거 우리사회는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정보를 독점했다. 고시에 합격해 고위 공무원이 되면 일반 서민들이 알지 못하는 고급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서민들은 그저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불과한 정보에 만족해야 했다. 국가는 국민을 섬기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통치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중요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퍼져 나가는 순간 사회적 혼한만 가중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점차 민주주의 바람을 타고 국가가 하는 일에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국가를 우리의 세금을 집행하는 파트너로 여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장·차관들은 어디서 밥 먹고 술 마시는지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반 서민들처럼 본인의 봉급으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업무추진비’ 라고 불리는 돈으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장관들은 어디서 밥 먹는다 카더라”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영수증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국민들은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결국 1998년부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정보공개법)’ 이라는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 법은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 법을 시행한 이후 서울시장이 2년 동안 사용했던 업무추진비 영수증 4만 6천 페이지가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에서는 과도한 공개라고 대법원까지 버텼지만 대법원에서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상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통령의 업무추진비, 국회의원들이 해외경비, 장관들의 관용차 종류 및 구입금액 등 그동안 성역으로 묶여 있었던 각종 정보들이 공개됐다. 공직자들은 과거처럼 업무추진비나 해외출장경비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고, 관용차도 국민들의 시선을 우려해 작은 차로 바꾸는 곳이 나타났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시켜 나갔지만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나가는데도 엄청난 기여를 했다.
  또한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보의 비대칭의 높은 곳은 병원이다. 환자들은 의사들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의사들은 왜 그런 처방을 내렸는지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은 어떤 측면에서 준 공공기관이다. 국민들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기금으로 국가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을 운영한다.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환자 치료비의 상당액을 받아간다. 따라서 그들의 정당한 진료를 했는지, 과잉 진료를 했는지 그 결과가 공개되는 것은 마땅하다.
  이런 고민의식에서 여러 시민단체들이 병원 정보를 공개받기 위해 정보공개청구 및 소송을 벌여왔다. 이런 결과로 현재는 건강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전국 산부인과제왕절개비율, 감기환자 항생제를 처방 비율 등 수많은 정보들이 상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공개로 제왕절개 비율이나 항생제 처방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공개법은 서서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제 아무 때나 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누구나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는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산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정보공개청구 한번만 해보면 알 수 있는 정보들도 여전히 ‘카더라’ 통신을 타고 인터넷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평소 궁금하게 생각된 것들이 있다면 정보공개시스템을 접속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자. 동네에서 보도블록 교체가 자주 된다고 생각된다면 구청을 상대로 “2008년, 2009년 보도블록 교체 장소 및 투입된 예산내역”을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그 정보를 가지고 대학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에 기고 해본다면 본인에게 엄청 난 경험이 될 것이다. 본인이 자주 다니는 병원의 정보가 궁금하다면 당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접속해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 구체적인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서 문맹은 ‘카더라’ 통신을 기대어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런 문맹은 본인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특히 대학생들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당장 본인의 컴퓨터 즐겨찾기에 ‘정보공개시스템’부터 넣어두자.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그리고 그 정보를 가지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길러보자. 그리고 몇 달 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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