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에게 인간과 정치를 묻다
셰익스피어에게 인간과 정치를 묻다
  • 김문규(영어영문) 교수
  • 승인 2009.07.06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가인 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담고 있는 실감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흔히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은 곧 우리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해지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은 우리 자신의 관심사와 문제를 셰익스피어를 통해 확인하고 답을 찾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는 그 많은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어떤 진실을 들추어내고 풀어내고 있는가. 인간은 알려고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지만, 셰익스피어만큼 일찍이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파악하고 인간의 권력욕과 권력의 속성을 집요하게 파헤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거의 예외 없이 왕후장상들이며 그들 개인의 운명은 그가 속한 집단 혹은 공동체의 운명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특히 세계 역사상 최대의 암살사건을 극화한 <줄리어스 시저>는 그 소재가 매우 정치적이고 극적인 만큼이나 정치의 속성과 정치적 동물로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시대를 뛰어 넘는 통찰을 담고 있다. 가령 정치 지도자와 대중 혹은 여론의 관계나 정치가로서 공인과 사인의 관계, 정치적 명분과 실리 혹은 정치이념과 정치현실 간의 갈등과 같은 원론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극은 시저가 자신의 정적이었던 폼페이의 잔당들을 제압하고 화려하게 개선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첫 장면에서 시저의 개선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는 호민관과 로마시민들을 등장시켜, 시저의 개선이 새로운 위기와 혼란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호민관들은 한 때 폼페이 장군에게 열광했던 자들이 이제 다시 그를 무찌른 시저에게 열광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배은망덕의 극치라고 개탄한다.(1.1.31-55). 하지만 시민들이 폼페이를 버리고 시저에게 열광하는 것이 언제나 정치적 승자만을 숭배하는 비정한 정치 현실주의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시민들은 호민관들과 달리 시저의 최종 승리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권력투쟁의 혼란이 종식되고 제국 번영의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국 호민관들의 호통에 시민들이 해산됨으로써 시저의 권력 장악에 반대하는 귀족들이 여전히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독재에 반대하는 명예와 양심이 설득력을 가질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반면 시대를 막론하고 카리스마를 지닌 강력한 지도자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절대 권력자가 되는 것 역시 불가피한 대세임을 이 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첫 장면은 시저의 개선으로 로마의 정치적 미래, 혹은 로마의 운명이 더욱 불확실해졌음을 보여주는데, 이런 불확실과 혼란은 시저 암살 전야의 폭풍우 장면에서 더욱 증폭되어서 끝까지 극을 지배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나름대로 대세를 장악하고 상황을 통제하려 하나, 그들의 예견은 빗나가고 그들의 행위들은 비극적으로 방향착오를 일으킨다. 먼저 암살자들 진영을 살펴보면 시저의 개선이 끝나고 모두 퇴장한 뒤 부르터스와 캐셔스만 남게 되었을 때, 캐셔스는 부르터스가 시저의 오만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았던 것을 놓치지 않고 부르터스의 의중을 떠보기 시작한다. 캐셔스는 “시대의 압제”를 언급한 뒤, 로마 최고의 명사들이 부르터스가 눈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일러준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이 부르터스의 눈에 비추어 줄 거울이 되어줄 수 있노라고 유혹한다. 그러자 심각한 자신과의 전쟁을 겪고 있었던 부르터스는 “나는 혹시라도 시민들이 시저를 왕으로 추대할까봐 걱정이오”라고 캐셔스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만다. 그리고는 자신으로 하여금 그 말을 하게 만든 캐셔스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명예”와 명분의 문제로 몰고 간다.

 “만일 그것이 공익을 위하는 일이라면 한쪽 눈으로는 명예를, 다른 쪽 눈으로는 죽음을 보아도 좋소 나는 양쪽 모두 공평무사하게 볼 것이니까 말이외다. 왜냐하면 신들이 나를 도와 내가 죽기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명예를 더 애호하도록 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오. (1.2.84-6)”

 부르터스가 결연히 명예를 외치자 캐셔스 역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명예”라고 화답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부르터스의 주제와는 분명 다르다. 캐셔스는 자신이 경험한 시저의 인간적 약점이나 나약함을 예로 들면서, 군인으로서나 정치가로서나 자신보다 나을 것이 없는 시저를 두려워하며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그의 말로 미루어 그에게 있어서 ‘명예’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받으며, 그에 합당한 지위와 권력을 누릴 때만 성립되는 개념이다. 캐셔스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공적 정치 행위들이란 사실은 사적인 이해관계와 불가분하게 얽혀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캐셔스는 부르터스에게 공화제의 정치 이념을 내세운다. 다수의 귀족들에 의한 권력 분점을 추구하는 정치체제인 로마의 공화제는 귀족들의 권력욕과 경쟁이 부르터스가 표방하는 소위 ‘공익(general good)’의 이념으로 수렴될 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날로 팽창하는 제국에 봉사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영예와 부가 증가함에 따라, 귀족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옛 공화제의 전통은 새롭게 조성되는 정치적 경쟁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체제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되었다. 캐셔스가 공화제를 로마의 고귀한 혈통으로 신성시하지만, 이미 로마의 역사는 언제라도 공화제를 폐지할 수 있는 강력한 군인 독재자를 배출해 왔다. 그런 만큼 공화제의 이념은 현실적으로 그 정치적 토대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부르터스와 캐셔스는 시저를 제거하기 위해, 마치 시저가 독재자가 됨으로써 공화제의 전통이 일시에 파괴되는 것처럼 확신하고 주장한다.   암살자들의 이런 정치적 태도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정치 현실과 이념을 왜곡되게 재현하는 것으로서 소위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확인되는 정치적 명분과 대의의 본질이다. 이럴 경우 사실은 캐셔스보다 부르터스 같은 소위 관념주의자나 혹은 이상주의자가 더욱 더 문제일 수 있다. 캐셔스의 경우 자신이 표방하는 공화제의 정치 이념과 자신의 사적인 권력욕이나 명예욕의 괴리를 인식하고 있지만, 부르터스의 경우 자신은 오로지 공익을 위해 정치를 할 뿐이며 추호도 대의명분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만큼 그는 실제와 자신에 대한 왜곡된 상을 자기 스스로에게 비추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는 캐셔스와는 달리 시저를 사랑하면서 시저를 살해한다고 믿고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역설의 의미를, 그 역설에 내재한 비극성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에 끝내 정치적으로 패배하고 몽상가로 남게 된다. 한편 이처럼 전혀 인간적 성향이나 도덕적 수준이 다른 사람들이 공통의 대의나 목적을 위해 결사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정치적 동물로서 인간들이 빚어내는 정치 현실의 묘미이기도 하다. 캐셔스를 비롯한 다른 암살자들은 암살의 대의명분을 위해 부르터스의 고결한 덕망과 인품을 필요로 했고, 부르터스는 자신의 명분을 실현할 현실적 힘을 그들에게서 구했던 것이다.

덕성여대신문사 요약 및 발췌
* 강의 내용 전문은 덕성여대신문사 홈페이지(www.dspress.org)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서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강수경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이서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