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백미러
  • 김혜진 교육부장
  • 승인 2003.11.0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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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냉랭함이 그들을 즉이고 있다
  1991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그때, 강경대군이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과정에서 사망하자 정부의 무자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분노가 극도에 달해 불과 두 달 사이에 11명의 학생, 노동자, 빈민이 잇달아 분신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운동권 세력 내에서 분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03년 10월 27일,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장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노동자들의 자살 기도가 기획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서장은 과거 학생운동이 거셀 때를 생각해보면, 요즘도 위쪽(노동계 지도부)에서 기획하고 있는 듯하다며 “시기적으로나 시대적으로 자살이 잇따를 때가 아닌 데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는 다른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목숨을 끊은 한진노조위원장의 임금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분을 제외하고 이십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액수였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앞세운 회사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노동자의 권리를 찾자고 결의했던 노조원들은 절반 이상 이탈했다. 거기다 정부와 언론에서 경제침체와 불안이 노동자의 탓이라며 공세를 퍼붓자 시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결국 그는 구석으로 몰린 채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쓸쓸히 죽고 말았다.
 목숨은,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은 기획과 조장으로 장난을 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님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연달아 죽음을 택한 것은 그만큼 현재 그들의 상황은 절박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무책임한 정부와 자본주의 이론으로 무장한 기업만이 아니다. 시위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함과 집회현장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키는 저질 언론과 ‘또 파업’ ‘또 시위’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냉랭함이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부터 민주노총이 부분파업을 시작했고, 오는 12일에는 철도와 지하철 등의 공공부문까지 참여하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생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시위 방법과 그에 따른 불편함을 거론하기 전에 왜 이들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투쟁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 보자. 또 하나의 노동자,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사람, 또 한 아이의 부모를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지 않은가.                      김혜진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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