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포르노
볼만한 포르노
  • 장지원 기자
  • 승인 2009.10.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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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여전사? NO! 사람, 사람, 사람!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포르노 여전사’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그녀는 전사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기가 드센 여자이다. 그녀는 바로 애나벨 청, 영화 <섹스 : 애나벨 청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영화 <섹스 : 애나벨 청 스토리>는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섹스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애나벨은 문득 여성의 부자유스러운 섹스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살면서 251번의 성행위를 하는 것이 10시간동안 251번의 성행위를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공고를 통해 실험을 도와줄 남성을 모집하고, 마치 레슬링 경기장같은 경기장에서 100명이 넘는 남자들과 갱뱅(집단 성관계)을 가진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남성들의 모습이 아주 가관이다. 남성들은 애나벨의 섹스 기록을 알리는 기록카드 아래 콘돔을 들고 아랫도리를 가리고 어정쩡하게 줄지어 기다린다. 이 남성들에게 애나벨은 “이 이기주의자들아! 어디 한번 덤벼봐!”라고 외친다. 시간 안에 목표달성을 위해 애나벨은 남성들에게 쉬지말라고 다그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성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레이스를 보는 것 같다. 지금껏 보여져왔던 남성 주체의 포르노와 <섹스 : 애나벨 청 스토리>가다른 점이 바로 이것. 성행위를 주도하는 쪽은 여성인 애나벨이고, 애나벨은 남성의 전유물 같던 침대 위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강한 그녀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영국 유학시절 지하철에서 윤락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 그녀의 갱뱅 실험은 남성의 우월주의를 깨고 지하철에서 남성의 윤락거리가 되었던 그레이스(애나벨의 본명)도 벗어던져 전사로 거듭나고자 함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단순히 여성 주체 시각의 포르노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애나벨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이 미국에서 포르노 영화를 찍었고, 갱뱅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에 빠진 애나벨의 어머니는 딸에게 포르노 배우는 그만 두고 귀여운 딸로 돌아와 주기를 눈물로 말한다. 어머니의 눈물에 애나벨도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알몸으로 남자들을 진두지휘하던 포르노 여전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한 명의 사람일 뿐.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듯, 사람도 현실에 지치고 지치면 현실을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 그녀의 실험은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사회에서 당연시 되어온 남성주체 의식의 성생활에 지친 한 사람이 의식을 타파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 뿐이다. 결국은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자라서도, 여자라서도 아니다. 사람이라서 상처도 받고, 상처를 털어낼 줄도 알고, 성행위의 주체도 될 수 있으며 눈물도 흘린다. <섹스 : 애나벨 청 스토리>는 사람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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