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자의 꿈의 방송
꿈을 꾸는 자의 꿈의 방송
  • 정석희 TV칼럼리스트
  • 승인 2009.10.10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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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슈퍼스타 K>가 케이블 TV 사상 유래 없는 놀라운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어떤 이들은 예선 참가자가 70만 명을 훌쩍 넘었으니 의당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이 모두 TV 앞으로 몰려들었을 테고, 따라서 시청률이 잘 나온 건 당연지사가 아니냐고들 한다.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 집으로 돌아가고 불과 몇 명 남지 않은 최근에 7퍼센트를 육박하는 고공비행은 뭐라 설명할 수 있겠나. 이러쿵저러쿵 얘기들이 많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재미를 우리네 정서에 맞게 잘 포착해냈다는 점이 성공의 비결이지 싶다. MC와 심사위원의 구성, 지역 예선을 거친 결선, ARS를 통한 투표로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까지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미국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슈퍼스타 K>이지만 내용에서만큼은 차별되는 부분이 확연하기에 시청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 아니겠나. 모양새는 미국 프로그램일지언정 우리나라에 맞게 진화해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거듭 났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인간극장>이나 <MBC 스페셜>에 필적할 생생한 감동 스토리들의 공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삐딱한 청소년기를 보낸 김현지의 고백이라든지, 조별 미션에서 평생 처음 비장애인들과 함께 무대에 서본다는 시각장애인 김국환이 속한 ‘여인천하’ 팀이 빚어낸 감동이라든지,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해낸 이진이라든지, 그 외에도 지역 예선에서부터 서울 결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출연자들이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으니까. 물론 KBS <사랑의 리퀘스트>를 방불케 한다며, 감동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며 불편해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또한 노래보다 사연에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는 시청자들도 있고, 불효자에게 합격점수를 줄 수 없다는 식의 심사평에 불만을 표시한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선에서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가 시작되자 벌어진 기현상만 봐도 슈퍼스타의 필수조건으로 ‘情’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는 없으리라. 실력이 뛰어난 출연자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라 탈락 위기에 놓인 출연자에게 투표하는 시청자들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나 역시 탈락 위기인 출연자를 돕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심정에 공감한다. 예선에서부터 결선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겪어왔는지 익히 잘 알고 있기에 출연자 모두가 이젠 남 같지 않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심리로 인해 어이없는 피해자도 발생하는 부작용도 일어났다. 이진 같은 경우는 심사위원 점수는 상위권이었으나 시청자 투표에서 밀려 탈락하고 말았으니까. 하지만 놀라운 건 출연자끼리도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한다는 식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살가운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겠나. 억울하게 탈락한 이진이 담담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걸 보면, 그리고 결선 초반에 어떻게든 이기고 말겠다며 이를 악물어 승부욕이 너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주왕이 그 사이 패배를 시인할 줄 아는 그릇으로 성장한 걸 보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서바이벌 리얼리티가 아니라 생생한 ‘성장 드라마’임이 분명하다. 출연자는 물론이고, 심사위원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도 말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게 있다면 도전하는 이들의 꿈을 향한 열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귀하다는 사실이다. 꿈을 가졌던 게 대체 언제인지, 아니 꿈을 꿔본 적이 있기는 한지 이젠 가물가물한 나 같은 시청자들에게 꿈을 다시 꾸길 권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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