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기피현상이 불러 온 흔들리는 대학가
인문학 기피현상이 불러 온 흔들리는 대학가
  • 이민정 기자
  • 승인 2009.10.10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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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해결 불가능, 긴 안목과 발상의 전환이 겸비되어야

'대학가의 인문학 기피현상’은 우리의 귀에 붙을 만큼 익히 회자되어왔던 화제다. 또한 쉽사리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 없는 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켠으로 미뤄두고만 있을 수 없다. 사태의 심각성이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학가의 인문학 기피현상, 시작은 어디서부터?

대학가의 인문학 기피현상, 시작은 어디서부터?

 

대학가의 인문학 기피현상, 시작은 어디서부터? 대학가의 인문학 기피현상, 시작은 어디서부터?시작은 기업의 신입직원 선발시 일부 특정 학과 선호와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에게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경영이나 경제 분야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다가, <표 1>의 취업률항목을 보면 대학원 졸업 후 취업률이 공학 83.1%, 자연 78.8%, 사회 76.9%, 인문 76.6%로 인문대학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인문학을 전공하면 다른 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힘들다는 인식이 두드러져 기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학당국의 정책방향이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요즘 대학은 시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계일보 사회부의 장원주 기자는 “현재의 대학교육은 더 이상 순수한 학문탐구중심이 아니라 학생을 취업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취업률이 대학의 명성을 좌우하면서 대학교육이 실용학문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간을 다루는 학문, 그것의 가치와 영향력
인문학의 어원인 라틴어의 ‘후마니타스(humanitas)’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인간다움’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본질을 연구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 학문을 이해해야 인간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인간으로 이루어진 사회구조 역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 교직과 성낙돈 교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학문은 인문학이다. 인간의 본질, 잠재력의 실현을 도와주는 것 역시 인문학이다”라며 “인문학을 연구하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가치관이 확립된다. 이렇게 중요한 분야인 인문학을 학생들이 대학에서 미처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대학
지난 2006년 12월, 광운대에서는 인문대학 소속의 국문·영문·중국학·일본학과와 경영대학 국제통상학과 등 총 5개 학과를 통합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광운대에서 내건 기치는 동북아대학설립을 위한 발판이었다. 하지만 동북아대학의 6개 전공 분야는 영어 필수, 중국어와 일본어 중 택일, 통상·문화·국제관계 중 택일하도록 돼있다. 국문학은 필수 또는 선택 학문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사건은 인문대학의 대표주자나 다름없는 국문학과가 광운대에서 사실상 폐지되었다는 것, 그리고 위기에 처한 인문학이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로 부터까지 외면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지 광운대 한 곳만이 아니라 우리대학, 나아가 전국의 대학가로 퍼져나가고 있다. 학생이 기피하고 교수가 외면하고 나아가 대학당국마저 등을 돌린다면 인문대학의 폐과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대학 강지나 학우(사회과학 1)는 “요즘은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거나 취업 잘 되는 과목만 인기가 있는데 그것들은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다”며 “철학이나 역사, 문학의 경우는 대학에서가 아니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힘든데,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우리대학 인문사회관

 

인문학의 현주소, 그리고 기피현상의 심화가 불러올 또 다른 파장
이렇게 위기에 몰린 인문학이 현재 처한 현 주소는 어디일까. <표 1>의 학생대비 교수비율을 보면 인문계열 학부생과 대학 교원의 경우 각각 56%, 44%로 자연계열과의 차이가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구지원비 항목을 보면 1년치 연구과제가 5,688건에 이르는 반면, 평균 연구 지원비는 898억 원 이란 적은 수치다. 같은 문과계열의 사회대학 연구비가 1580억 원, 이과계열의 공학 연구지원비의 경우 그 금액이 1조 1,653억 원에 이르는 걸로 봐서는 인문학 계열의 지원이 얼마나 미비한 수준에 그치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장원주 기자는 “우리나라의 인문학 기피현상은 과거 일본의 전철을 똑같이 밟아나가고 있다. 실용적인 인간상이 기업이나 사회에서 큰 선호도를 얻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다”며 “이런 사회현상이 지속된 결과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대거 취업해, 지금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인문학 교육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나라는 잘못된 길을 그대로 쫓아가고 있으니 큰일이다”라고 걱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성낙돈 교수는 “인문학은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학문이다.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도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원주 기자는 “인문학관련 지원이 이처럼 저조하다면 앞으로 자유로운 커리큘럼을 만들기도 힘들어진다. 또한 기초적인 인문학 소양까지 부족해진다면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발전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의 타개책은?
현재 학계에는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새로운 동향이 일고 있다. 이는 여러 분야의 학문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그중에 인문학 부흥의 일환으로 인문학과 실용적인 학문을 융합해서 연구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문학과 융합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첨가에 지나지 않다’는 평이 강하다.

현 상황의 타개는 학계 내에서만 국한되어서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 인문학 기피현상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당국 차원의 노력, 사회적 노력, 정부차원의 노력이 모두 함께 뒷받침 돼야 한다.
인문학은 시대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다. 이런 인문학이 위기를 맞았다는 것은 어쩌면 이 사회에 위기가 닥쳤다는 말과도 일맥 상통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발상과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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