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순악질 여사'의 당찬 삶 이야기
말랑말랑한 '순악질 여사'의 당찬 삶 이야기
  • 박연경 기자
  • 승인 2009.10.10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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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라디오 진행자 카멜레온 같은 그녀

하루 24시간 중 너도 나도 분주해지는 시간이 됐다. 직장으로 학교로 출근하고 등교하는 시간만큼 분주하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해 지는 퇴근 시간.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다. 바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의 목소리다.

김미화 씨와 만나기로 한 당일, MBC 라디오국을 찾았다. 잠시 후 연예인이 아닌 ‘우리 엄마’ 같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모자를 눌러쓴 김미화 씨가 반가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라디오 진행 준비로 이야기를 오래 나누지 못할 것 같다는 그녀를 붙잡고 라디오국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코미디언으로의 당돌한 첫 시작

첫 질문부터 뱅뱅 돌려 말을 꺼냈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지만….” 코미디언으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지 20년이 훌쩍 넘은 그녀에게 20여 년 전, 여자가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이었다. 내 질문에 그녀는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는 오히려 되묻는다. “아니 왜 다들 그런 편견을 갖고 있지?” 내 대답을 미처 듣기도 전에 말을 잇는 그녀다. 여자가 코미디언이 되는 건 재밌고 즐거운 일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참 아쉽단다. 요새는 얼굴이 예쁜 사람들, 학벌이 좋은 사람들도 다 코미디언이 되려고 한다며 어깨엔 힘이, 입가엔 웃음이 활짝 핀다. 옛날엔 무조건 재밌게 생긴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젠 아니란다. 시대가 변하고 코미디도 변했다.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예쁘면서 웃기는 사람이 코미디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더니 별안간 웃으며 한 마디 던진다. “그렇게 보면 요즘 인기 있는 지선이(박지선)랑 나랑은 좀 특별한 케이스야~”

 

‘반드시 된다!’ 이것이 ‘김미화 스타일’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미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됐을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이런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어. 왜냐면 난 ‘반드시 된다’라고 생각했거든! 심지어 난 스스로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 했는걸.”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에서 그녀의 생각이 얼마나 확고했는지 그대로 느껴졌다. 외부의 상황이 어떻건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 반드시 된다는 마인드 컨트롤. 그녀는 그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요즘 학생들은 물론,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반드시 된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항상 자기 자신에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난 27년째 방송생활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좌절하거나 슬럼프에 깊이 빠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잠깐 슬픈 적, 힘든 적은 있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에게 다시 긍정적 메시지를 주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죠. 그럼 그게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이거든.” 모 CF의 카피처럼, 그녀에게 안 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개그콘서트>를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다. 처음엔 사람들이 다 반대를 했었다. PD들, 방송국 관계자들, 심지어 후배들까지도. 하지만 고집대로 밀고나가 결국은 그 모든 사람들을 설득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설사 안 된다고 해도 절대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되는 건데 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거야’라고 생각했단다. 이게 바로 요즘의 ‘엣지 있는 스타일’ 뺨치는 ‘김미화 스타일’이다.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즐거움

분위기를 바꾸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돌렸다. 솔직히 코미디언으로 20년 넘게 살아온 그녀에게 매일 두 시간짜리 시사프로그램 진행이라니. 게다가 생방송이 아닌가. 그녀는 처음부터 시사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부담도 많았고, 지금도 사실 부담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코미디언이면 웃기는 프로, 조금은 낙낙한 프로 이런 걸 해서 사람들에게 꾸준히 웃음을 주고 그런 걸 하면 좋은데.(웃음) 시사프로그램이다 보니 정치에 대해 다루게 되고, 그러니 성향이 어떻다느니 색깔이 어떻다느니 그런 얘기가 참 많다”며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속상해 했다. “내가 어떤 프로를 하던 내가 좋은 코미디언이 되기 위한 공부라고 사람들이 봐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난 지금 나이 들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지. 난 그게 참 재미있거든요? 공부하고 배우고 그러는 게.” 시사 프로그램 역시 ‘내가 모르는 분야를 개척하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좋다’는 그녀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직 뭐든 게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회적 관심, 정치적 관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홍보대사,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NGO 단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그 분야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딱 잘라 명쾌하게 답했다. “사회는 관심이 많고, 정치는 지금도 관심이 없고.”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루긴 다루는데,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단다. 그냥 ‘저 사람들 왜 싸울까, 뭐가 문제일까’ 그렇게 보고 지나친다. 그러나 사회 현상에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NGO 단체에서도 활동을 많이 한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들이 좀 더 밝은 세상,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는 편. “내가 느끼고 직접 보면 그런 사회적 문제가 정말 중요한 건데, 사람들이 내 앞에 직접적으로 닥쳐오지 않으니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김미화 특허, 말랑말랑한 진행

MBC 라디오의 가장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꼽을 것이다. 같은 시사프로그램임에도, 이 둘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모 인터뷰에서 손석희 씨가 ‘나도 김미화 씨처럼 따뜻하고 정겹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고 하니, 그녀는 웃음을 터뜨린다. “난 손석희 선배처럼 그렇게 똑 부러지는 그런 걸 잘 못해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손석희 선배는 오리지널 아나운서고 나는 코미디언이고.” 물론 어떤 때는 그런 손석희의 진행이 부럽단다. “그 분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거죠. 상대를 확 쫄게 만드니까. 그래서 술술술 다 불잖아.(웃음)”

코미디언이다 보니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혹은 사람들이 자기의 인간적인 것도 내 앞에서는 얘기하고 싶도록 이끄는 것이란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신종플루 사태가 나면, 보건가족 복지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나 대책위원회소속 사람들은 집에도 못가고 고생을 해요. 하지만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 욕을 먹게 되어있죠. 다른 사람들처럼 잘못을 질책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이 사람들도 우리 남편이고 남동생이고 언니고 엄마고 그렇잖아요. ‘집에 못 들어가셔서 힘드시죠, 고생이 많으시죠?’ 이렇게 한마디 던지면 그분들이 ‘저희도 고생이 많지만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하면서도 ‘앞으로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어요. 그분들이 인터뷰 끝나고 나서 ‘왜 나는 욕만 먹어, 괜히 이거 맡았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사람들이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구나’ 하고 은연중에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부러 이렇게 던지는 거거든요. 그거는 좀 고의적인 거죠. 안부 묻고 그런 거. 그래도 참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거 같아요. 내가 시사 프로그램을 맡게 된 것도 세상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한 뉴스를 좀 더 전하고 싶어서예요. 따뜻한 뉴스, 듣기 좋은 이야기들을 사회에 많이 전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어서.”

코미디언으로, 여자로,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그녀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지 않을까. “정신 빠짝차리고 있으면 어렵진 않아요.” 그녀는 방송 전 매일 오늘 다룰 사안에 대해서 미리 인터넷, 신문 등 이것저것 다 보고 공부를 해서 들어간다. 궁금한 건 중간 중간에 애드리브로 당차게 물어본다. “어려운 거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는 잘 안 나온다는 거? 오늘 이슈라도, 정말 따끈따끈한 뉴스는 얘기하고 싶어도 안 나와. 그리고 나온다고 했다가 30분 전에 전화해서 불리한 내용이라 안 하겠다 이러면 바꿀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사람한테 불리한 내용을 빼고 진행해야하죠. 그러면 얄밉죠, 내 입장에서는. 사람들도 듣고는 무슨 당 홍보하느냐, 지지해주느냐 이런 반응이 나오니까. 그럴 때면 다음에 한 번 더 기회를 봐서 맹렬히 공격해야지 하고 한발 물러설 때도 있고 그래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확고하게 세워둔 생각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하나는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코미디언이 되자’, 또 하나는 ‘코미디언이 돼서 성공하면 불우한 이웃들을 도우며 살자’다. “이 길대로, 내가 정한대로 가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런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스스로 자부할 수 있다는 거 참 행복하잖아?” 웃으며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의 미소에서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눈썹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연기하던 코미디언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당차게 살아가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선 어김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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