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충원, 그 끝없는 딜레마
교수충원, 그 끝없는 딜레마
  • 이민정 기자
  • 승인 2009.10.10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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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첨예한 입장이 맞물릴 곳은 어디인가

우리대학 행정동 입구의 게시판 앞을 지나가 본 적이 있는가? 보통 행정업무에 관련된 공지사항을 붙여놓는 용도로 사용되는 게시판 위에 언제부터인가 짧은 문구가 적힌 A4용지 서너 장이 붙어있다. 교수충원을 원하는 학우들의 목소리다. 작지만 끊임없는 그들의 소리 없는 외침. 교수충원을 원하는 각 학과 학우들의 노력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되풀이되는 외침

여러 학과 중에서도 특히 사학과의 지난학기는 뜨거웠다. 수업을 들으러 지나가는 길이면 길목마다 피켓을 든 학우들이 보였고 건물의 외관과 게시판에는 교수충원을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적힌 크고 작은 대자보가 떨어질 날이 없었다. 그뿐인가? 우리대학에서 학우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간인 자유게시판에는 진정서가 끊임없이 올라왔으며 학기말에는 사학과의 주장과 그동안의 활동내역을 정리한 UCC동영상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문과의 경우는 교수와의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 대자보를 붙이는 등의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역시 자유게시판을 통해 계속해서 교수충원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사학과에 있는 교수는 단 세 명이다. 그중 학과장을 맡고 있는 윤정분 교수가 내년 연구년에 들어간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80여 명에 달하는 사학과 학생들을 단 두 명의 교수가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다. 이유라(사학 3) 사학과 학생회장 학우는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아 학교 측에 교수충원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학생 수 대비 교수수가 타과에 비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순서에서 제외가 되었다며 충원이 불가하다는 말만 들었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두 분의 교수님이 자리를 비우셨기 때문에 학생들이 겪는 불편은 너무도 극심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 교수충원과정은 어떻게?

‘교수충원’이란, 기간을 두고 부족한 곳에 부족한 만큼 교수를 더 뽑음으로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어째서 수면으로 떠올랐는가. 바로 충원을 요구하는 학우들과 학교당국의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소수학과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교수 충원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자.

교원충원여부를 결정할 때 반영되는 고려사항에는 ▲재학생, 재적생 현황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 수 ▲학과별 교수충원율 ▲학과 특성화 ▲학과 발전방향(학과의 노력) ▲향후 전공 수요 ▲입시지원율 ▲2005년 학과제 전환 이후 학생이동 ▲취업율 현황으로, 총 아홉 가지가 있다.

박현신 교무처장은 “그중 가장 우선시 되는 기준은 전임교원 1인당 재학생의 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교원 1인당 학생 수 기준(1:25)’을 잣대로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학과의 경우는 전임교원 3명, 재학생 수 73명으로 교원 1인당 학생수가 24.3명이 된다. 그리고 연구년 교원은 6개월 혹은 1년 후 복귀하므로 교원충원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사학과의 교수충원은 현재로서 불가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교원 1인당 학생수가 40명 이상인 학과는 총4개다. 또한 2+2(전임교원+특별계약교원)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학과는 6개다. 전임교원수가 2명 이하인 그 학과부터 우선충원 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교무처의 입장이다.

하지만 사학과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사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윤정분 교수는 “사학과의 경우는 학과교수 2명의 결원 중 한명의 결원보충을 요청한 것으로 신규 교수초빙을 통한 학과 교수의 증원과는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교수 1인당 학생 수 기준의 경우에도 현행학과 학생정원이 대학당국의 일방적인 감축에 의한 정원임을 감안할 때, 현행 전공학생수라는 획일적 기준은 더욱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하겠다”고 반박했다. 혹여 사학과가 소수학과이기 때문에 교수충원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밀려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재 사학과 내에서의 입장이다.

 

주관적인 교수충원기준?

충돌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교수충원 대상학과를 선발하는 기준에 관한 문제도 추가로 제기된 것이다. 사학과측은 지난 4월 20일 교무처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학과특성화, 학과 발전방향(학과의 노력), 향후 전공 수요 등 대학당국이 제시한 심사기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사학과는 교수충원이 불가함을 납득 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인문대의 경우, 정년퇴임과 이직 등으로 초래된 교수결원이 4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수충원은 2명에 불과하다”며 “그것도 결원된 해당학과의 교수충원요청은 무시한 채 특정 학과의 충원에만 국한되고 있으니 이는 대학당국이 일부학과를 고사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아가서는 인문대를 축소시키려 한다는 의구심을 낳게 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교무처는 “교수충원시 특정 학과에 유리하게 선발한다는 주장은 오해다. 교수충원은 철저히 객관적인 기준에서 선발된다. 향후 4년간 교수충원은 평균 70%를 목표로 계속될 예정이며, 그에 따라 충원이 필요한 학과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충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나타난 우리대학의 교수확보율(전임, 겸임, 초빙교수 포함)이 작년에는 92개 대학 중 80위, 올해(4월 기준)는 88개 대학 중 76위이고, 교수 당 학생 수(전임교수한정)가 작년 92개 대학 중 80위, 올해 88개 대학 중 72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향후 4년간 교수충원 70%를 달성하겠다는 학교당국의 갈 길은 아직도 먼 것 같다.    

 

교수충원에도 학우들의 의견반영이 중요

지난 학기동안 자유게시판에 꾸준히 충원요청을 하던 일어일문학과는 교수충원이 이뤄졌다. 일문과 학우들은 기뻐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였다.

일문과 학생회장 김수희 학우(일문3)는 “학우들이 원하던 분야와는 거리가 먼 교수가 충원됐다. 일문과의 상황은 사학과와는 조금 달랐다. 사학과에서는 교수님들까지 교수충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던 반면, 일문과는 교수님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문과의 교수충원 요청은 단순한 결원이 아닌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 일문과의 외래강사를 제외한 교수진은 전임교수 3명, 전임강사 1명, 외국인 조교수 3명으로 이뤄져있다. 재학생 수가 181명, 교원 충원률이 75.97%인 것으로 보아 적지는 않은 숫자다. 하지만 문제는 교수진과 학우들이 원하는 수업방향이 달랐다는 점이다.

김 학우는 “일문과의 커리큘럼은 고대문학, 음운론 등 지나치게 순수문학에 치중되어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회화 부문인데 이번에 충원된 교수님 역시 음운학 전공자이시다. 학우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것이다”라며 “교수님들께 건의 드렸지만 별 반응을 안보이셔서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비추었다.

 

교수충원문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

일문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교수충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 문제는 심화될 뿐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현신 처장은 “학과의 발전 가능성과 특성화는 학과의 자발적인 제안과 노력이 우선되어야 학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학과별 교원충원분야의 결정은 학과의 고유한 사항으로서 학과의 발전방향과 향후 수요, 학문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소속 전 교원의 동의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학과충원을 요구하는 교수진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은 일문과로서는 학우들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교무처는 “교수충원요구가 들어왔을 때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해당학과 교수진과 직접 회의를 가질 의향은 있지만, 그 자리에 학생들의 자리를 마련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으니 앞으로도 직접적인 의견반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당사자가 학우들인 만큼, 학우들의 의견반영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소수학과라고 해서 교수충원에 불리함을 겪어서도 안 되며, 교수진과 의견이 달라 원하는 분야의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단번에 해결되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우리대학의 교육의 질이 결정될 것이다. 학교당국과 학우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타협점을 찾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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