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성폭력왕국’ 대한민국입니다
여기는 ‘성폭력왕국’ 대한민국입니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09.10.10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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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아이가 있다. 마냥 세상이 궁금할 아홉 살이다. 그리고 다른 한 켠에는 ‘영구적 항문소실, 괄약근파열, 영구적 회장루’ 등 듣기조차 생소한 의학용어들이 있다. 서로 무슨 연관관계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있으리라고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이 두 단어는 가장 처참하고 충격적인 형태로 나타나 세상에 알려졌다. 일명 ‘조두순 사건(나영이 사건)’이다. 

온 국민을 경악시킨 그 사건의 여파는 한 아이의 꿈을 짓밟고, 남은 인생을 아득한 낭떠러지로 밀어 넣었다. 예순에 가까운 중늙은이가 저지른 범행으로 인해 아이는 이제 평생 동안 옆구리에 작은 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최고형을 받아도 모자랄 그 참혹한 범죄의 대가로 그에게 내려진 것은 고작 12년이다. 한술 더 떠 범인은 그마저 부당하다며 항소를 했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그가 동일죄질의 재범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두순 사건의 형량 판결에 가장 먼저 적용된 법조항은 ▲형법 제301조, 제297조(무기징역형 선택)이다. 하지만 여기서 피고가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적용되어 형량이 감소됐고, 출소했을 때의 나이를 고려해서 다시 감소됐다. 이런 절차가 계속해서 적용되어 결국은 12년이라는 어이없는 형량이 선고된 것이다.

성폭력은 가장 잔인하게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다. 그 범죄는 육체가 살아있는 채로 영혼을 죽이기 때문에 살인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응하는 우리의 법은 어떤가? 왜 우리의 법은 이다지도 이 범죄에 관대한가.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과 칼에는 뚫린 허점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성폭력왕국’,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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