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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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09.10.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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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이 높고 푸르다. 북한산은 손에 잡힐 듯이 가깝고, 예쁘게 물들어가는 덕성 캠퍼스에는 맑은 공기와 바람, 거기에 섞인 은은한 커피 향기까지,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그래서 영국의 계관시인 존 메이스필드는 “지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대학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했다던가! 물론 그 아름다움은 대학이 진리를 추구하고 배움을 성장시키는 곳, 지적 성실성과 용기, 정직성을 기르는 곳, 주체적인 사고력과 비판 정신을 기르고 양심을 닦는 곳, 이기와 편견과 폭력과 오만과 독선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진정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구성원 모두의 부단한 노력과 배려, 희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 게다. 21세기 대학에서 이 아름다움은 게시판이라는 공간을 통해 소통 · 확산 · 완성된다.   

  하지만 요즈음 덕성 게시판은 대학의 아름다움이 성장하고 완성되는 공간인가 생각하게 한다. 덕성 게시판은 덕성인들의 요구와 내적 욕망이,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다. 원색적 비난과 건전한 비판이, 부끄러운 욕망과 자기반성이 공존한다. 선의(善意)와 덕성(德性)이 빛나기도 하지만 참을성 없는 이기심과 언어폭력이 난무하기도 한다. 작은 이익에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짜증까지 여과 없이 표출되는가 하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덕성인으로서 자존심을 찾자고 수습하기도 한다. 급하면 그냥 아무렇게나 싸질러 버리는 개인적 욕구의 배설구처럼 느껴지다가도 감동적인 공감과 계몽의 광장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공개적 협박과 권력의 과시, 무조건적인 비방이 선동적 · 원색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게시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들과 그 부작용을 염려하는 의견들이 늘 공존한다.

  그러나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덕성에 대한 애정과 주관적 정당성으로 포장된 발언들이며, 자기반성 없이 행해지는 타인에 대한 비난과 협박이다. 이 경우, 대상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은밀하게 감추고 덕성에 대한 애정이라 주장하며, 이기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공익적이고 건전한 비판이라고 강변한다. 특히 선정적이고 정화되지 않은 표현들로 타인과 덕성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주는데 이는 같은 마음으로 동조하는 이들의 반응과 함께 덕성이라는 울타리를 위선과 분탕질의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기여한다. 물론 게시판의 ‘자유’ 또한 보장되어야 하는 미덕이다. 하지만 그 ‘자유’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자유’이며, 덕성 공동체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아름다움을 회복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알고 있다. 이타적 태도와 관용적 이해를 바탕으로 겸손함과 포용의 자세로 정직한 의견이 소통되는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공익적이고 발전적인 제안이 넘치는 공간이되, 겸허한 자세와 타인에 대한 언어예절이, 그리고 자기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했던 지적 성실성과 용기가 필요하며, 정직함과 양심에 따른 의견 교환을 통한 정화의 과정이 함께 해야 한다.

  소설가 최인훈은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라고 말했다. 덕성 게시판이 덕성인들의 밀실로서 덕성인 모두의 자유로운 소통의 광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덕성이 아름답고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곳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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