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도전, 그리고 20대의 공통점
반찬, 도전, 그리고 20대의 공통점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1.05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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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옥 작가
20대, 실패의 연속
안녕하세요. 백영옥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20대 시절에는 제가 예쁜지 잘 몰랐었는데 요즘 학교를 다니는 20대 여러분은 정말 예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누가 보기만 해도 예뻤던 그 20대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싫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나도 젊고 예쁜 나이인 동시에 너무도 힘든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격을 성공과 실패를 비율로 따진다면 실패가 더 많죠. 성공이라는게 사실 실패의 연속 끝에 얻어내는 거잖아요? 우리 모두는 학점을 잘 받고, 스펙을 빵빵하게 쌓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하죠. 저는 문예창작을 전공했어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모두 등단해서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지금 강의를 하러 문예창작과를 찾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손 들어보라”고 하면 몇 명만 손들어요. 대부분 영화 시나리오같이 돈이 되는 일만 하려고 하죠. 

 


제가 93학번이니 여러분보다 약 15년 선배네요. 15년 전 제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스펙’이란게 없었어요. 물론 우리도 취업이 어려운 때였어요. 그 땐 IMF시기였으니까 제 친구들은 억지로 대학원 다니고, 그래서 가방끈은 길어졌고, 가방끈이 길어지고 나니 눈이 높아져 또 취업이 어렵고……. 어느 세대나 다 어렵지만 특히 요즘의 20대는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이 힘든 것 같아요.

 

목표와 꿈, 그 사이에서 꿈을 꾸세요
사람에게는 목표와 꿈이 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목표와 꿈을 같은걸로 착각하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목표랑 꿈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예전에 MBC <무릎팍 도사>에서 강호동 씨가 김건모 씨에게 꿈에 대해 물으니 김건모씨가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이에요”하고 말하더라구요. 많은 시청자들은 그걸 보고 웃었겠지만 사실 그게 꿈에 대한 정답이에요. 목표는 ‘토익 950점, 한문 2급 자격증’ 같이 전략적인 것이에요. 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토익 700점과 같이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요. 하지만 꿈은 전략적일 수 없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등단하고 세계문학상 상을 받았을 때 언론에서는 ‘신데렐라’라고 표현했었죠. 하지만 전 신데렐라가 아니에요. 각종 문예상을 13년간 응모했고, 그 시간을 거쳐 소설가가 됐어요. 신춘문예 떨어질 때마다 해당 신문을 다 사절했더니 집에 받아 볼 신문이 없을 정도였죠.
글 쓰는 일은 광고 카피라이터부터 시작했고 다음 직장은 인터넷 서점이었는데, 홈페이지에 원고지 7매짜리 책 리뷰를 쓰는 일이었어요. 그 후에 잡지 <하퍼스 바자>에서 약 15매짜리 원고를 썼고, 그리고 약 1,200매짜리 소설 <스타일>을 쓰고 약 2,400매 짜리의 신작 <다이어트의 여왕>을 쓰게 된 것이죠. 한 줄로부터 2,400매까지…. 목표를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갔더니 어느새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20대에 격을 실패를 두려워 마라
이렇게 원고량이 늘어나기 위해 햇수로는 13년을 문예상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어요. 문예상에 당선된 사람들 중 몇 사람들이 소감문에 “처음 도전한 저의 미흡한 글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쓰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저는 그 사람들이 얄미워요. ‘나는 13년을 떨어졌는데 너는 한 번 만에 됐다고?’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2002년도에 수상했을 때 소감문에 문예상 낙선 목록을 연도별로 썼죠. 그랬더니 A4용지 한 장 가득이었어요. 우리 남편은 가문의 망신이라고 막 뭐라고 그랬지만 저한테는 그게 트라우마이고, 한이거든요.


제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이거에요. 여러분, 절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패를 많이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안정적인 직업, 안정적인 관계같이 ‘안정적’이란 말에 속지마세요. 여러분이 ‘삼성’같은 대그룹에 취직하면 월급도 많고, 월급보다 많은 보너스도 있고, 그래서 삶이 안정될 것 같지요? 하지만 언제나, 어디나 안정적인 것은 없어요. 어차피 20대는 실패의 시기에요. 20대에 격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스펙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모두 경험하시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두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반찬같은 삶을 사세요
여러분은 자기소개서 쓰세요? 한번 써보세요. 단지 취업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아마 자기소개서를 써보면 쓸 말도 없고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구나’ 느끼게 될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지 마세요. 여러분 나이는 아직 배우고, 경험하고, 많이 느껴봐야하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30대, 40대보다 훨씬 흡수도 빨라서 상처도 더 잘 받아요. 아마 그래서 여러분들이 많이 힘들꺼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책도 읽어보고,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여기저기 놀러도 다녀봐야 합니다.


제가 한 때 일했던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지금 그 일을 하려고 지원하는 여러분 또래들이 정말 대단한 스펙을 들고 오기 때문이죠. “얘는 왜 이런 스펙으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거지?”라고 할 정도에요. 하지만 문제는 이 사람이 취업시키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거죠.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인 자체가 상상력이 부족하죠. 소설도 마찬가지에요. 해외처럼 소설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요. <스타일>은 솔직히 말해서 제가 읽고 싶어서 쓴 글이에요. 우리나라 소설의 유형은 거의 다 비슷비슷해서 재미가 없는 것 같았거든요.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밥만 먹는 것이 아니잖아요. 밥상에 다양한 반찬도 같이 올라 줘야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것처럼 저도 반찬같은 글을 쓰고 싶었었어요.

 

다이어트의 이름으로 쪼그라든 영혼
이제 제 작품 이야기를 해 볼까요? <다이어트의 여왕>은 많은 사람들이 제목만 보고 한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일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이어트의 여왕>은 다이어트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점령하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어요.


여러분이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여러분의 벗은 몸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세요? 저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요.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게 바로 ‘몸의 타자화’입니다. 사실 배우 김혜수 씨의 몸매는 비현실적이죠. 그런데 우리가 오히려 이 몸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몸을 오답으로 생각하죠.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개인화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개인의 잘못이 아닌데 말이에요. 한국 사람들은 사회적 분노로 표출해야 할 것을 개인화 시킵니다. 여러분이 의지박약이라서 살을 못 빼는 것이 아니에요. 깡마르게 살을 빼는 사람들이 독한 사람이죠. 그런데 여러분은 스스로 내 자신이 게을러서 다이어트를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게 정말 화가 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하는데, 건강해지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르기 위해서 합니다. 자신의 몸무게의 반 정도로 뺐을 때 그 사람의 영혼의 몸무게도 같이 쪼그라듭니다. 살을 빼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세요. 이 행복의 기준은 여러분이 만든 것이 아니고 남의 기준이니까요.

 

다양한 시도, 그것이 해답
각종 문학상을 몇 번이나 떨어지다 보니 나중에는 온갖 시도를 하게 되었어요. 글씨를 10포인트로 써봤다가 11포인트로 바꿔보기도 하고, 글씨체를 궁서체로 해보았다가 바탕체로도 써보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은 자신이 목표에 얼마나 마음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시도하고 노력하고 나면 후회가 남지 않아요.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다양하게 시도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죠.


자기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패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여러분 삶의 득과 실이 정해집니다.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세요. 아무것도 없고 목표가 희미해 보이더라도 그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면 끝까지 따라가세요. 여러분의 예쁜 20대, 예쁘게 가꾸길 바라며 강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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