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막걸리 짝꿍을 찾아서
[스페이스]막걸리 짝꿍을 찾아서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1.0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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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남선녀, 남남북녀. 이 말들은 서로에게 꼭 맞는 짝이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조화롭고 아름답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그렇듯 술에도 그 술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짝이 있다. 맥주에는 통닭, 소주에는 삼겹살이 제 짝이듯, 막걸리에는 파전이 제 짝이다. 걸쭉한 막걸리 한 잔이 그 짝꿍 파전을 만나는 곳. 바로 회기역 파전 골목이다.


  1호선 회기역 1번 출구로 나와 출구 반대방향으로 돌아 들어가면 으슥한 골목이 나온다. ‘이 으슥한 골목에 구멍가게 하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골목을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온갖 파전 가게가 나타나고, 파전가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전집이 다 비슷비슷하지 뭐’라는 생각 또한 접어 둘 것. 이곳의 파전가게들은 가게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모네 파전’은 나이가 지긋이 드신 이모님이 젊음을 파전에 지져 팔고 있는 곳이다. 이곳 이모님은 손이 얼마나 크신지 패밀리 사이즈 피자만한 파전을 부쳐내시고, 막걸리 한 병만 주문해도 한 병이 넘는 양을 옹기에 넘치도록 부어 주신다. 너무 많다고 손사래를 치면 이모님은 도리어 큰소리를 치신다. “아니 젊은 사람들이 이것도 못 먹어! 줄 때 다 먹어!”
 

  ‘이모네 파전’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은 ‘낙서 파전’은 이름만으로도 가게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벽면 가득 까맣게 채워진 낙서를 볼 수 있다. ‘낙서 파전’ 벽의 연인과 헤어진 슬픔을 달래러 온 사람의 한마디, 군대 가는 친구의 건강을 비는 한마디가 마음에 사무치며 막걸리 맛을 더욱 진하게 한다. 타인의 흔적을 하나하나 읽으며 막걸리를 마시는 맛도 맛이지만 한 사람 사람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 나의 흔적도 기록하는 것도 큰 재미이다.
 

  ‘나그네 파전’은 길 지나던 나그네가 잠시 짐을 풀러놓고 한 숨 돌리며 간단한 요기와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갈 것 같지만, 이곳의 주요 고객층은 20대 여성이다. 일본 정통 돈가스처럼 바삭바삭한 겉면과는 달리 부드러운 속, 기름을 제대로 털어내어 기름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이 가게 파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나그네 파전’을 찾은 유지영(20) 씨는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분위기라 몇 번 왔었다”며 음식 맛과 ‘나그네 파전’의 편안한 분위기를 칭찬했다.
 

  이번 주말 연인, 친구, 가족 그 누구라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렇게 한 번 찔러보자. “막걸리 한 잔 하려고 하는데 파전 같은 짝꿍이 없네?”라고. 막걸리, 파전 콤비는 그들의 사이만큼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회기역 파전 골목 이모님들의 손에서 항상 대기중이다. 여기에 이들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비도 함께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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