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처량해지면 연극은 웃기다
그가 처량해지면 연극은 웃기다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1.05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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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열전>은 지난 2004년 처음 선을 보인 프로젝트로, 시들어가는 대학로 및 연극계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연극계에서는 전례 없는 관객 동원과 평균 78% 이상의 객석 점유율…. 특히 지난해 <연극열전 2>는 배우 조재현이 기획, 캐스팅뿐만 아니라 홍보, 마케팅까지 지원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공연중인 <웃음의 대학>은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연극열전 3>의 예고편이자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개관 기념작이다.
  1940년대, 세계 2차 대전 중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작가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기 위한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검열을 신청한다. 하지만 검열관은 이런 시대에 희극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사람이다. 검열관은 극단 ‘웃음의 대학’의 문을 닫게 하기 위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로미오는 없애고 햄릿을 넣고, “천황 폐하 만세”를 대사로 수정하라는 등 황당한 주문을 한다. 하지만 작가는 검열관의 요구에 맞추어 더더욱 재미있는 대본을 써 오고, 화가 난 검열관은 결국 대본 속 ‘웃음’이 있는 장면은 모두 삭제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대본은 오히려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검열을 받은지 1주일이 되는 날, 작가는 평소와는 다르게 검열 통과에 연연하지 않고 검열 사무소를 떠난다. 작가가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이다. 이에 검열관은 작가에게 무조건 살아 돌아와 더더욱 재미있는 극본을 쓸 것을 ‘명령’한다. 심지어 검열관이 직접 극본을 재미있게 수정한다. 수정한 극본을 돌려보던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웃으며 막이 내린다. 결국 검열관과 작가는 웃음 앞에 그들의 기묘한 대립 구조를 허물고 교감을 나누게 된 것이다.
검열관 역의 배우 송영창 씨의 묵직한 연기와 작가 역의 배우 봉태규 씨의 웃음을 사수하기 위한 연기가 만나 극의 무게를 조절하고, 재미와 완성도를 더한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시종일관 웃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이 크게 웃으면 웃을수록 관객들은 이유 모를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극 중 작가는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으로 주위에서 따돌림을 받는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만의 진정한 전투는 현실을 타협하더라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겨줄 수 있는 희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작가가 연극의 마지막 10분, 세상의 감시와 중력을 이기고 코믹의 줄타기에서 공중 부양하는 순간 작가가 전투에서 이겼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작가가 자신만의 전투에서 승리했듯 그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또 검열관을 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연극을 본 관객들은 그들의 상상 속의 뒷이야기에서 깔깔대고 웃는 웃음이 아닌 가슴으로 따뜻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진정한 웃음을 안고 객석을 떠나게 된다.
  12월, 추워진 날씨만큼 마음도 쌀쌀해지는 시기이다. 얼굴도 마음도 따뜻하게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웃음의 대학에 등록금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등록금은 크게 비싸지도 않을뿐더러,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고 보장한다.

공연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 기간: 2009년 11월 25일 ~ 2010년 1월 31일
공연 시간: 화,수,목,금 8시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 / 12월 24일(목), 12월 31일(목) : 4시, 8시 / 매 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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