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식 앞세운 복수가 복수일까
부모, 자식 앞세운 복수가 복수일까
  • 장석희 TV 칼럼니스트
  • 승인 2010.01.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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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싶은데 “진짜 복수는 상대가 더 많은 걸 가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라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전의를 불태우는 SBS <천사의 유혹>의 신현우(한상진, 배수빈)를 보면 막장 드라마라 그렇거니 하면서도 속이 터진다.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복수를 하겠다며 원수의 아들인 신현우를 죽이려 들었던 주아란(이소연)이나, 그런 그녀를 파멸시키는 데에 인생을 건 신현우나, 심란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남 죽이겠다고 함께 불로 뛰어드는 한여름 밤 불나방 같은 젊은이들보다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지 않을까? 애당초 복수극의 시발점이 신현우의 아버지 신우섭(한진희)인데다 어머니(차화연)까지 바른 길로 자식들을 인도하지 못하고 갈 짓자 걸음이니 말이다. 하기야 그 어머니인들 그럴 경황이 있겠나. 어머니부터가 혼외 자식 남주승(김태현)이라는 떳떳치 못한 비밀을 안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  MBC <놀러와>에 출연한 가수 김장훈이 마침 가슴에 와 닿는 얘길 했다. 만약 일제 강점기에 일본 순사가 잔인무도한 고문을 가한다면 기밀을 누설치 않을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장훈 본인은 그럴 자신이 없지만 대신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해도 꿈쩍도 않을 한 분을 추천하겠다며, 자신의 어머님 함자를 대는 게 아닌가. 자식에게 그처럼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다니. 늘 아이들의 불평불만에 시달리는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허나 자식의 부모를 향한 존경심이 어디 부러워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더더욱 아닐 테고. 평생 올곧은 길을 걸어오신 데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든 추호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으셨기에 가능한 일일 거다. 그런 부모 밑에서 복수가 복수를 낳는 사건 또한 벌어질리 만무하고.
  김장훈의 얘길 들으며 나라면 일본 순사의 고문에 어찌 대처할지 생각해봤다. 아무리 혹독한 고문일지라도 까짓 깡으로, 악으로 그럭저럭 버텨내지 싶은데 만일 내 자식 목숨을 걸고 흥정을 해온다면 나라가 망하든 말든 술술 다 불고 말 것 같다. 나라를 잃은 슬픔보다는 자식이 화를 당하는 편이 제겐 백배 천배 안타까운 걸 어쩌겠나. 솔직히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는지. 자식 앞세우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이 어디 있겠나. 오죽하면 참혹할 참자를 써 참척(慘慽)이라 하겠는가. 내 살아생전 결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일을 하나 들자면 아마 참척이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신현우가 복수를 한답시고 벌이는 일들이 어머니와 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치는 격이라는 걸 왜 깨닫지 못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하기야 <천사의 유혹>의 전편이라 할 초절정 막장 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 때도 똑 같은 상황이었다. 구은재(장서희) 역시 부모에게조차 생존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니까. 더구나 점 하나 찍고 활약한 구은재와 달리 신현우는 얼굴은 물론 성대까지 다 갈아엎었지 않은가. 굳이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는 옛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자신을 죽이려한 아내를 향한 벌이는 복수극치고는 이건 너무 스펙터클하지 않나? 영화 <페이스 오프>처럼 나라나 세계의 운명이 좌우된다면 모를까. 신현우가 과연 지금 자신이 행하고 있는 일들이 훗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을 일들인지, 그리고 내 귀하디귀한 자식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상상을 한 번 해본다면 지금처럼 복수에 집착하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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