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가 해법이다
보편적 복지가 해법이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 승인 2010.01.0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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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해도 ‘보릿고개’를 넘었다. 국가는 국민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었고, 이런 조건에서 국가복지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재벌 중심 국가경제발전 전략의 성공으로 보릿고개는 넘었으나, 국가의 모든 자원을 경제성장에 투입하였으므로 국가복지는 기형적으로 지체되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은 억압적 기제만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통치할 수 없는 과도기적 성격의 권위주의 정부였으므로, 복지 분야에서 더 많은 ‘양보’가 이루어졌다. 1988년에는 농어촌지역 의료보험이 실시되었고, 1989년 7월에는 도시지역 의료보험까지 실시되어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달성된 것이 좋은 사례라 하겠다.

 

복지제도의 시장화의 시작
김영삼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금융자유화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성장 전략을 추구하였다. 이 시기의 복지 성과로는 1995년 7월 시작된 3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대상의 고용보험을 들 수 있다. 이로써, 1964년의 산재보험, 1977년의 의료보험, 1988년의 국민연금과 함께 4대 사회보험이 우리나라에서 명목상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하지만 공적 부조와 사회서비스는 턱없이 미발달하였고, 정부는 이 분야에 재원을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라 복지 분야의 각종 규제가 완화되어 복지(특히, 의료분야)의 시장화가 나타났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요구한 경제처방을 그대로 수용하여 신자유주의 체제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국가복지의 대대적인 확충을 이루어냈다.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인데, 이는 시혜적이던 ‘생활보호제도’를 ‘국민적 권리’ 개념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다음으로, 1999년 4월 도시지역까지 국민연금제도를 실시함으로써 마침내 ‘전국민연금시대’를 열었고, 1995년 처음 시행되었던 고용보험은 1998년 10월 1인 이상의 전체 사업장을 고용보험 대상으로 포함하였다. 또, 1998년 10월과 2000년 7월에 걸친 두 차례의 의료보험 통합 개혁으로 기존의 조합주의 의료보험체계를 통합주의 단일 보험자체계인 현행 국민건강보험체계로 전환하였다. 참여정부는 복지재정을 확충하면서 국민의 정부 때 이루어 놓은 여러 복지제도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양극화 현상은 점점 벌어져
결국,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자유화와 세계화 추진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에 편승하였고,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지난 10여 년간에 걸쳐 신자유주의 양극화 경제사회체제로 구조화된 것이다. 그 결과, 1996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하위소득집단 10%의 소득 대비 상위소득집단 10%의 소득 비율은 3.47배에서 5.42배로 확대되었고, 동 기간에 절대빈곤율은 3.51%에서 12.76%로, 상대빈곤율은 8.73%에서 16.37%로 늘어났다.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시장소득 양극화와 함께 잔여주의 국가복지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장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장소득’의 격차를 국가복지의 수단인 ‘조세재정정책’으로 줄여나가는 ‘소득의 양극화 해소 처방’을 강력하게 시행해 나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정부의 높은 조세재정 수준에 힘입어 국가복지가 보편주의로 잘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평균 소득재분배 개선효과가 0.14이었고(시장소득 지니계수 0.45,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0.31),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 등의 유럽 선진국들은 0.20 수준을 넘었으나, 우리나라는 소득재분배 개선효과가 0.03에 불과(2006년 현재, 시장소득 지니계수 0.34,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0.31)하였다.

 

보편적 복지만이 올바른 복지국가의 길
보편적 복지는 국민 누구나 복지 혜택을 누리는 체계인데 비해, 잔여주의 복지는 정부의 자산조사를 통해 경제무능력자로 선별된 극히 가난한 일부 국민에게만 시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유럽 복지국가들은 거의가 전자에 속하고, 미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국가복지를 소득보장제도와 사회서비스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대표적인 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노후 소득보장)과 고용보험(실업 시 소득보장)은 사회보험제도로서 원래의 제도 취지는 보편주의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약 30%에 달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또 급여의 소득대체율도 낮아 실질적인 보편주의 소득보장제도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시행하고 있는 아동수당제도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최근 일본마저, 새로 들어선 민주당 정부가 아동수당으로 월 30만 원씩을 모든 아동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제 주요 국가들 중 우리나라만 아동복지의 후진국으로 남게 되었다. 한편,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보육, 교육, 노인요양 등의 사회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제도화가 되어 있긴 하나 정부재정의 과소투입과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의 시장화로 인해 사회계층 간 사회서비스 이용의 양적, 질적 격차가 심하고, 서비스 이용시의 과중한 본인부담으로 서민과 중산층 가계에 큰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는 높은 조세부담률에 근거한 재정 규모가 ‘큰 정부’의 높은 재정 부담으로 양질의 사회서비스가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낮은 조세부담율과 지나치게 작은 재정을 가진 ‘작은 정부’로 인해 보편적 복지제도를 시행할 여력이 전혀 없으므로 자산조사를 통해 선별된 일부 국민에게만 복지를 제공하는 잔여주의 복지의 틀에 갇혀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소득보장제도의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소득대체율,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저 발달과 국가의 재정 책임 회피, 그리고 잔여주의 복지제도로 인해 민생이 불안해짐과 아울러, 경제성장도 발목 잡히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신자유주의와 잔여주의 복지의 길이 아니라, 적극적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실질적인 보편주의’ 복지제도의 확립인데, 이는 극빈층뿐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총수요 진작을 통한 경제성장까지 담보해주는 가장 올바른 복지국가의 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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