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LL, 아름다운 그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다
DOLL, 아름다운 그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다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0.03.0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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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돌프리마켓을 다녀오다
     

 어릴 적 7살배기의 꿈나라에서는 뭉게뭉게 피어올라 기분 좋은 향이 나는 구름과, 심봉사의 눈도 번쩍 뜨게 해줄 만큼의 햇살, 머리부터 발등까지 내려앉은 백설탕 같은 별가루 속에서 바비인형들이 내 손을 잡고 그녀의 방으로 안내했다.8 모두가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나는 그들의 우아함에 넋이 나가 나조차도 바비인형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잠에서 깨곤 했다. 그 꿈은 너무나 달콤했다. 그 전날 풍성하던 금발의 머리카락을 몇 번의 가위질로 난도질 해, 푸석푸석해지고 이리저리 뻗쳐 나간 단발머리 바비인형에게 너무나 미안할 정도로.

그들을 만나러가는 First Step
 지난 2월 21일, 10여 년 전의 인형이 가득했던 꿈속을 재현한 듯한 소녀감성의 공간, <돌프리마켓> 행사장에 발을 들였다. ‘일반 관람객도 있지만 인형 마니아들이 많이 찾아오는 행사인 만큼 열기가 뜨겁겠다’라는 생각을 할 때쯤, 주위를 둘러보니 뽀얀 얼굴에 매력적인 눈동자를 가진 인형들이 주인님의 팔에 걸터앉아 나를 바라본다. 슬쩍슬쩍 보았을 뿐인데 똑같이 생긴 인형들은 하나도 없다. 인형 종류가 같으면 머리색깔이 다르고, 눈동자가 비슷한 것 같은데 입 모양이 다르다. 인형의 오너들은 하나같이 인형을 ‘아이’라고 지칭한다. 대기시간에도 ‘아이’를 데려온 오너들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칭찬하기도 하며, 일반 관람객의 시선을 의식하듯 ‘아이’를 꼭 껴안기도 했다.

그들이 주인공인 Special Day
 11시 정각. 손등에 도장을 찍고 팜플렛을 받으니 처음 와본 사람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한걸음이라도 빨리 <돌프리마켓>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급해졌다.
 <돌프리마켓>은 36회를 맞은 행사로, 서울 및 타 지역의 많은 인형 관련 동아리 및 업체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오프라인 인형 판매·전시 행사다. 구체관절 인형을 비롯해 1/6인형(바비, 제니, 리카, 브라이스 등) 및 수공예, 창작인형 등 동아리와 업체 판매전을 중심으로 인형전시, 사진전, 인형 경품응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일 년에 4~5번 주기로 행사가 개최되고 있으며, 많은 인형마니아들이 찾고 있는 행사다. 또한 인형마니아를 비롯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강조하고 동시에 인형산업의 발전 등에도 기여를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고 하니 얼른 <돌프리마켓>의 주인공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Spotlight
 들어서자마자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모를 만큼의 많은 인형들이 제각기 다른 아우라를 풍기며 시선을 끌어당겼다. 특히 구체관절인형이 많았는데, 관절 부분을 둥글게 만들었기 때문에 각 관절들이 분해되어 있어 팔, 다리는 물론 손목, 어깨 등의 관절들이 마음대로 움직여지고 여러 가지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눈은 대부분 유리로 만들고, 머리카락이나 눈썹은 인공 털을 이용한다. 처음 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이라면 안구만 판매하는 테이블에서 본 적도 없는 색깔의 홍채를 가진 구슬 같은 안구를 보고 충분히 놀랄 것이다. 기자 역시 색색깔의 안구에 놀라고 안구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뿐만 아니라 인형도 화장을 시켜준다는 사실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원래부터 볼이 발그레한 인형인줄 알았는데 파스텔처럼 생긴 화장도구로 볼터치도 해주고 눈화장도 해준단다.

의상부터 악세서리까지 Fashionista
 비슷비슷해 보이는 인형이지만, 구체관절인형은 물론이고 푸리프, 브라이스 등 다른 종류의 인형들도 마찬가지로 종류를 따지자면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가지 수가 많다. 제작된 회사마다, 회사에서 나온 나이에 따라, 또 그 안에서 사이즈에 따라 분류가 된다. 이 때문에 옷은 물론이고 가발, 신발, 악세서리(모자, 목걸이 등)의 사이즈 또한 다양하다. 가장 많이 전시되고 판매된 품목은 옷이었다. 한복과 기모노 등 전통의류에서부터 란제리, 파자마, 웨딩드레스, 원피스, 캐주얼, 정장을 비롯하여 한창 유행하고 있는 가죽점퍼, 스키니 바지, 레깅스 등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까지 다양하게 걸려 있었다. 특히나 작은 인형 옷들을 작은 옷걸이에 하나하나 걸어 철망 구멍마다 진열해놓은 것을 보니 마치 내 옷을 사러 동대문 시장에 온 것처럼 구경하기에 바빴다.
 옷 이외에도 새끼손톱만한 플랫 슈즈나 실제 우리가 신는 운동화와 똑같은 디자인의 작은 운동화, 손뜨게질로 만든 털모자,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DSLR 카메라 등 “어머!”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만한 소품들 또한 인형의 오너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꿈결같던 36번 째 Party
 시간이 점점 흘러 판매하는 물품들도 많이 팔리고 전보다 조금 한산해지자 다른 행사에 비해서는 이른 시각인 4시 반에 가방을 챙겼다. 일사천리로 전시용품들이 상자 속으로 들어갔고 인형들도 제 집을 찾아 자취를 감췄다. 행사장의 양쪽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힐 때, 몇 시간 동안 빠진 부스 없이 모두 다 구경해놓고도 막상 끝나니 아쉬운 마음은 속일 수 없다.
 하지만 <돌프리마켓>의 인형들은 어렴풋이 남아있던 어린 날의 꿈을 다시 회상하게 해주었고 하나하나 모두 아름다웠던 인형 속에 묻힌 듯한 행복한 상상을 실현시켜주었다. 몽글몽글거리는 이날의 기억도 언젠간 반토막나 반은 사라질지 몰라도 어린 시절 환상의 꿈을 잊지 못하고 추억하는 것처럼 청초한 흰 얼굴들, 윤기 나는 머릴결들, 조명 없이도 반짝이던 두 눈들은 잊지 않도록 날아가는 기억을 잡고 싶은 마음으로 36번째 그들의 파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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