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만번 사랑해>가 불편한 이유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가 불편한 이유
  • 위성은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3.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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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님(이수경 분)은 대학생이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돈벌이를 하고 있으며 때문에 대리모의 유혹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다른 조건에서 완벽한 은님의 발목을 잡으며 사랑의 장애물이 된다. 대리모는 현실과의 괴리가 커서(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암암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드라마의 소재로 소비되어도 새롭고 독특한 시도가 된다.


단지 드라마일 뿐이라고 자위하며 보기엔 훨씬 불편한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인도는 거의 유일하게 합법적인 대리모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구글 베이비>는 어떤 감정이나 판단도 배제한 채 미국에서 거래된 난자와 이스라엘 게이 부부의 정자, 그리고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한 인도 여인이 누운 침대와 수술실을 비춘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물론 여성의 외모와 학력이 중요하다) 맞춤한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인형놀이처럼 시뮬레이션 된다. 인도 여성은 10개월 동안 병원에 저당 잡힌 대가로 집 한 채 값의 돈을 번다. 별다른 직업도 없는 남편은 아내를 팔아 부자가 되고, 아들 교육비도 마련한다.


이렇게 대리모 경험에서 여성의 출산은 단지 돈벌이를 위한 전제가 되고 아이를 낳은 자궁은 그저 ‘빌려주는’ 존재가 된다. 엄연히 불법이니 한국에서는 다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싱글맘 카페에는 ‘대리모가 되어달라’는 쪽지가 날아들고, 여전히 난자매매도 성행한다. 브로커가 대리모 모집 카페를 개설하고 난자 제공의사를 밝힌 여성들에게 배아생성동의서를 받지 않고 진료기록부에 난자채취 사실도 기록하지 않은 채 난자를 채취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따르는 위험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문제는 여성이 자궁과 난자를 지닌 존재로서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취약한 입장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 결코 등장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은님은 모든 과오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구원받을 것이고, 누구도 대리모의 어두운 현실 따윈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제작진은 ‘혈연에 집착하지 않는 사회’를 기획의도로 밝혔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가려는 최후의 수단이 대리모인 것을 상기하면 이 의도가 얼마나 허황된 전제인지 알 수 있다. 이것이 대리모가 브라운관에서 극적인 소재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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