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롭구나
잉여롭구나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3.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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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가면 다들 똑같은 이야기이다. “현재 잉여중임.”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 없이 생활하는 것을 두고 잉여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심각한 친구는 자신을 인문학 전공자가 아니라 ‘잉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많은 친구들이 이에 우스갯소리의 댓글을 남겼지만 한편으로는 다들 공감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느낀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와 집만을 오가는 생활에서 일주일에 2번 아르바이트 삼아 하던 학생 과외도 잘리고 난 후로는 더욱 잉여생활에 빠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원래 잉여의 의미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주요 개념의 하나로, 투하된 자본 가치에 대하여 자기증식을 이룩한 가치부분. 즉 산업자본가가 얻는 산업이윤, 상업자본가가 얻는 상업이윤, 대부자본가가 얻는 이자 등 추가로 얻은 이익을 말한다. 이런 어휘가 어째서 지금은 20대 젊은 청춘들의 무기력함을 뜻하는 어휘로 의미가 바뀐 것일까. 지금의 잉여 유형과 비슷한 경우를 찾아본다면 1958년에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소설 ‘잉여인간’에서 찾을 수 있다. 6.25전쟁 이후의 비인간적 상황과 그 속에서 결국 피해자가 되는 주인공들의 암담한 상황을 그린 이 소설은 자기 현실에서 제대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하여 잉여인간으로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 20대를 잉여인간으로 만든 비인간적 상황은 무엇일까? 단순 깜깜한 취업난만은 아니라고 본다. C학점은 무시하는 학자금 대출에, 900점이 아니면 가치 없는 토익점수…. 그 속에서 20대는 언제까지나 잉여인간으로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될 수 없지 않는가.

  이제부터 나의 미니홈피에 새로운 다이어리 내용을 업데이트 한다. 나는 지금 손창섭의 ‘잉여인간’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삶에, 사회에 잉여를 창출하는 마르크스적 ‘잉여인간’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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