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
  •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 승인 2010.03.13 1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존을 위한 통합, 대학가에 불어닥친 통폐합 바람

바야흐로 대학의 수난시대다. 입학자원이 줄어들면서 대학들이 누렸던 좋은 시절이 가고, 이젠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가 목전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입 학령인구는 올해 68만2000명을 기록한 뒤 꾸준한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10년 후인 2020년엔 49만3000명으로 줄어든다. 전국 대학의 모집정원 60만 명에 비해 무려 11만 명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국공립대 통폐합은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첩첩산중’ 되어 가는 의견수렴
지난해 7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립대 구조개혁안’에서는 ‘입학정원 감축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미충원 현상 완화’를 국립대 통폐합의 목적으로 제시한다. 이에 교과부는 이 안에서 대학 구조 개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동일 권역 내 국립대 3개 이상을 하나로 묶는 ‘연합’ 방안이다. 연합 대학들은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구성하고, 3년 내 단일 법인으로 전환토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대학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우선 3년 내 법인화를 전제로 한 점이 대학들에게 부담이 됐다. 권오성 공주교대 기획처장은  “교과부가 제시한 국립대간 연합대학 구축이 법인화를 전제로 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좁다”며 “현재 학내 구성원들도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검토 자체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에게 통합을 설득시키기도 어려운데 법인화를 전제로 하면 ‘첩첩산중’이 된다는 얘기다.
통합 논의기간도 촉박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7월에 구조개혁 추진안을 공고한 뒤 9월 11일까지 통합계획서를 내도록 했다. 대학들은 “통합 대상과의 논의도 필요하지만 내부 의견 수렴도 필요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加(가)를 위한 減(감)
결과적으로 지난해 9월  ‘국립대 구조개혁안’에 따라 통합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인천대·인천전문대학 한 군데였다. 교과부도 너무 저조한 실적에 자극을 받았는지, 그해 10월 서면을 통해 국립대 구조개혁안에 대한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대학들로부터 지적된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다. 대학들은 ▲통합 논의기간이 촉박한 점 ▲연합체제 후 3년 내 법인화에 대한 부담 해소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의 구체적 제시를 요구했다. 교과부는 이런 여론수렴을 바탕으로 조만간 수정·보완한 구조개혁안을 다시 공고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11개 대학에서 통합이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산대·창원대(부산경남) △경북대·안동대(대구경북) △목포대·전남도립대(목포전남) △공주대·재활복지대학(지역간 통합) △충주대/충남대-한국철도대학(지역간 통합)간 통합이 논의 중이다. 통합 시에는 규모가 작은 대학의 학생정원의 20%를 상호 합의 하에 감축해야 한다.
국립대 통폐합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교과부는 18개 국립대(일반·산업·전문대학)를 9개 대학으로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입학정원은 7,263명이 감축됐고, 93개의 학과·부가 줄어들었다.

반복되는 악순환 속의 시대적 요구
그러나 통폐합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충분치 않아 구성원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명 결정과정에서도 서로 합의가 되지 않아 갈등이 일어난 일도 있다. 강릉원주대는 통합 교명을 결정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대학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정부에서도 현재 추진하는 국립대간 통합이 사립대로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국·사립을 막론하고 생존을 위해선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파고가 제일 먼저 지방을 덮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충원이 어려워지고, 낮은 충원율은 곧 대학의 재정위기로 직결될 전망이다. 투자를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학생들이 찾아오는데, 이마저도 여유롭지 못하다. ‘학생충원의 어려움 → 재정악화 → 부족한 투자 → 교육의 질 하락 → 낮은 충원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 대학들이 대외적으론 대학 간 통폐합 논의 나서는 한편 내부적으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학사구조개편을 통해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부분을 폐과하고, 이를 물리교육·화학교육 등 사범대로 전환한 순천대의 박철우 기획처장은 “2012년부터 입학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해선 대학 간 통폐합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 구조조정만 가지고는 학령인구 감소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얘기다.

대학들의 시선은 조만간 교과부가 공고할 ‘국립대 구조개편’ 개선안에 쏠려있다. 지금까지 11개 국립대에서 진행 중인 통폐합 논의가 확대되려면 법인화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고, 통합 논의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통폐합을 빌미로 법인화를 강요하는 인상을 줘선 대학들의 활발한 논의를 유도하기 어렵다. 아울러 충분한 논의기간이 있어야 여론수렴을 통해 향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잡음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대학가에 통폐합 바람이 확산되길 바란다면, 대학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