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가 POP(Point Of Purchase advertisement)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것이다. 그러나 POP는 학교 앞 뷰티샵, 역 근처 휴대폰 대리점,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분식점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형광색 톡톡 튀는 색상지에 색색깔 포스터물감으로 둥글둥글 써진 손글씨로 된 광고물이 바로 그것.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POP 덕분에 ‘저런 글씨는 누가 쓰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는데, 햇살POP의 한영란 대표도 그 관심대상 중 한 명이다.
한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 홍보국장을 맡아 학교 축제나 체육대회 같은 큰 행사가 있을 때 대자보나 플랜카드 같은 홍보물, 무대장식 등을 만드는 일을 도맡아 했었다. 그 후로, POP가 유명해지면서 자신이 자연스럽게 했던 일, 관심이 있을 직업으로까지 연계시키게 되었다고.
요즘에는 수요가 늘다보니 수강생도 많아지고, 주문량도 점점 늘고 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이제는 길거리에서 쉽게 POP를 볼 수 있어서 여성분들, 특히 주부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우러 왔다가 부업이나 창업 쪽까지 생각하시면서 수강하세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점점 잡지나 신문, 텔레비전 방송 보도로도 나가게 되면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졌단다.
처음 POP를 접한 사람들은 글씨를 스케치하고 색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POP는 직접 붓으로 글씨를 쓴다. 전문가용 포스터칼라 물감과 평붓(납작 붓), 둥근 붓, 색상지가 POP의 주된 준비물이다. 이외에도 마카, 색연필, 파스텔 등의 여러 가지 재료들을 가미하면 더 예쁘고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한 대표가 수강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미술을 배우지 않았는데 힘들지 않을까?’, ‘디자인 감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라고 한다. 물론 색감에 대한 안목이 있다면 작품을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글씨를 쓰는 작업에 있어서 미술에 대한 경험이나 디자인 감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신 한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성실한 자세와 많은 노력이다. 배운 대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감각을 뛰어넘는 예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요즘엔 워낙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다보니 소량으로 필요한 광고물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어서 적은 수량의 광고물이 필요할 때 POP를 많이 찾는다. 자장면도 기계로 뽑는 면보다 수타면을 선호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옛 것을 추억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찾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길거리에도 기계로 뽑은 폰트 글씨들이 많다보니 사람이 쓴 손글씨가 눈에 더 띄어서 많이 찾아주시고 예뻐해주시는 것 같아요.”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지직거리는 LP판을 돌리고 싶고, 카메라 필름에 담기고 싶은 감성이 되살아난 지금, 한 대표의 손글씨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