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을 통해 바라본 불편한 사회문화
<개콘>을 통해 바라본 불편한 사회문화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3.13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 생일엔 명품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영화 값은 내가 낸다, 팝콘 값은 니가 내라!” 일어난 남자 관객들은 시원한 표정으로 웃는다. 하지만 앉아있는 여성관객은 웃고는 있으나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표정이다. 이는 KBS의 <개그콘서트> 중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이하 남보원)>라는 코너에서 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웃고 있어도 불편한 코미디 <남보원>. <남보원>이 시청자에게 주는 웃음은 왜 불편한 것일까?

 

개그는 개그일 뿐? 세상 사는 불만! 
 대한민국에서 ‘직장 여성’은 신여성의 상징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에는 살림만 하던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남성과 동등한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생산인의 역할을 하던 가부장적 시대가 끝나고 여성의 위치가 달라진 것을 대한민국 사회의 큰 변화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 이런 여성의 위치 변화에 대하여 남성은 질시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남성들의 감정을 <남보원>이 희화화함으로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즉, <남보원>은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기가 눌린 대한민국 남성들의 이야기이다.
 불편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남보원 뿐만이 아니다.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은 소위 SKY로 통하는 명문

대 출신, 좋은 대기업 직원이 아니면 사회의 눈치를 봐야하는 세상을 욕한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은 아랫사람들에게는 큰 소리 뻥뻥 치면서도 윗사람 앞에서는 끝없이 굽신거리는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뿌레땅 뿌르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어이없는 정치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꼬집는 것. 그것이 요즘 코미디의 소재이고, 인기의 이유이다. 과거 희극인이 스스로를 자학하고, 농담으로 일괄하던 코미디 프로그램과는 달라졌다.

<남보원>을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
 <남보원>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TV에서 볼 수 있는 데모의 형식을 담고 있다. 더불어 특정 정치인의 투쟁 모습을 희화화하기도 한다. <남보원>은 우리 사회 일부의 극단적이고 편향적인 모습을 일상화된 모습으로 쉽게 표현함으로써 투쟁과 같은 극단적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무시한다. <남보원>에서 데모 현장을 본 따온 표현과 편향적이고 폭력적인 특정 정치인을 그 대표적 캐릭터로 활용하는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과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보원>의 내용이 남녀간의 대립과 갈등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명품녀’, ‘개똥녀’ 등으로 상징되는 여성에 대한 잠재적 불만으로 인한 남녀간의 갈등, 군가산점을 둘러싼 역차별의 논란, 루저 발언 사태 등이 <남보원> 주요 내용. 그래서인지 KBS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자들 칼만 안들었지 순 날강도”, “저런 여자친구 만날까봐 걱정”이라는 등의 남성의 의견과 “일부 여성의 이야기를 여성 전체의 문제로 다루어 작위적이다”라는 여성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남보원>을 진짜 웃음으로 보기 위해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우선적으로 웃음을 주요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세태를 반영하더라도 어느 측의 단면밖에 보여주지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측면의 의견만 받아들여 극단의 대립을 극화하기보다 현대인들이 당면한 사회의 현실을 스트레스 없이 직시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웃음을 만든다면 그것이 진정 웰-메이드(well-made) 세태반영 코미디가 아닐까. 웃음과 현대인을 지배하는 사회 문제의 오묘한 혼합과 그 내면에 희극인들이 걸어놓은 시비가 긴장의 선을 오락가락하는 재미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