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융합학문’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융합학문’
  • 박연경 기자
  • 승인 2010.03.2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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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 기초 학문과 실용학문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기초 학문과 실용학문이 서로 융합하고 결합하면서, 사회 변화에 맞춰 사회적 수요에 맞는 학문을 창출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문과 인재를 양성해야 해요. 미래사회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자기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할 겁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해야 새로운 진화를 이뤄낼 수 있어요.” 지난 23일 오명 건국대학교 총장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이다.

오 총장의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융합’과 ‘통섭’의 시대이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발전하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쌍방향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이는 최근 학계에 불어 닥친 ‘학문 융합’의 기본 바탕이 되는 개념이다.

 

미래를 위한 ‘융합 학문’

그간 인류는 끊임없이 다른 문화를 가진 집단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더욱 발전된 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는 단지 문화뿐 아니라, 예술, 학문, 기술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것이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융합 학문’. 현대의 학계에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융합’을 주목하고 있고, 그와 함께 학문 융합을 이끌어 나갈 미래 인재 육성도 주 관심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융합 연구’에 꼭 맞는 쪽은 이공계 학문이다. 과거에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 학문의 독립적 체계가 존재했으며, 각 학문의 연구 분야 역시 명확한 경계를 가지고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학문적 융합 및 결합이 진행되면서, 이공계 학문의 명확한 분리 경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여러 학문의 통합적인 연계와 융합 연구만이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보다 앞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문 연구를 위한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KAIST 정문

 

융합학문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그동안 다양한 학문의 세분화 및 전문화는 놀라울 만큼의 학문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학문의 지나친 세분화는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쌍방향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지난 달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주최로 열린 <제1회 차세대 리더스 포럼>에서 ‘융합학문의 실천’에 대해 강연한 김미경(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역시 차세대 융합형 인재다. 그녀는 이날 강연을 통해 “융합학문을 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해서 생산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라며, “융합에 대한 분위기는 많이 무르익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융합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여건이 아직은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집을 지으려면 고른 터가 먼저 마련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의 확대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은 학자들을 넘어 정부 차원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융합학문에 대한 기대와 가치는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 예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WCU(World Class Universit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는 미래 국가발전 핵심 분야의 연구 추진 및 학문의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기초 과학의 새로운 전공분야와 지식기반 서비스 및 신산업창출 기반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교과부 WCU 담당팀은 “WCU를 통해 학문 영역 내 또는 학문 영역 간 융·복합 학문 분야로서 국가와 사회의 발전과 학문의 성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전공분야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라며 “이는 국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초석 단계와도 같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대학들이 WCU 유치를 위해 융합학과 신설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는 정부 차원에서의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 서울대학교 정문

 

‘쌍방향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이와 더불어 중요시 되는 것은 ‘쌍방향 인재 육성’ 이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맞춰 다양한 학문을 익히고 지식을 습득하는 자기학습 능력을 갖춘 능동적인 ‘쌍방향 인재’만이 학문의 후속 세대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 이에 지식인 양성의 중심인 대학 단위의 학제 개편 또는 융합 학문 양성을 위한 제도 마련 역시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건국대에서는 올해 학부와 일반 대학원에 ‘기술경영학과’를 설치해, 기술과 경영을 접목한 MOT(Management Of Technology) 교육을 실시 중이다. 서울대에서는 음대와 미대 교수들이 공대로 옮기고, 의대 교수가 사회대 교수로 활동하는 등 광범위한 학문간 ‘통섭’을 시작했다. 공과대학에서는 ▲음악과 미술과 공학을 융합한 ‘미디어 아트공학과’ ▲화학과 재료공학, 기계공학, 의학을 접목시킨 나노바이오공학과 ▲기계공학과 에너지자원공학, 건설 환경공학을 융합한 에너지 환경공학과 ▲수학과 경영학, 산업공학이 융합된 금융공학과 등 4개 학과(대학원 과정)를 개설할 것을 제안했다.

 

‘섞어찌개’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지만 세간에는 융합학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는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이 유행처럼 쉬이 지나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융합학문이 우리 사회에 어울릴만한 새로운 특징을 찾지 못한 채 아무 의미도 없는 ‘섞어찌개’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진정한 학문 융합의 목적이 무엇이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였는가를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융합학문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 간의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연구자들 간의 의사소통능력은 물론이요, 예측할 수 없는 융합의 결과에 대한 통찰력과 냉철한 감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섞어찌개 융합학문으로 전락하지 않고, 융합형 인재 육성을 통해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학계의 발전을 위해 미래를 이끌 대학생은 물론, 다방면의 연구자들 및 학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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