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통한 소통이 필요한 총동창회
대화를 통한 소통이 필요한 총동창회
  • 김수영(가정학과 86) 동문
  • 승인 2010.04.10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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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후배로부터 교육부에서 공석 중인 우리대학의 이사자리에 두 명을 일방적으로 선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아무도 이사 선임에 대해 들은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운찬 총리가 이사에서 총리로 자리를 옮긴 뒤 당연히 공석이 된 것은 알고 있었기에, 교수회의를 통해 다시 추천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그는 교육부의 추천을 받은 것이 아니라 교수회의의 추천을 통해 선임된, 다시 말해 학내구성원의 협의를 통해 선임된 개방이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석인 두 자리 모두를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선임 했다니…. 이 사실을 재단 이사회조차 모르고 있었을까?

  몇 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박원국 전 이사장의 복귀시도, 학생들의 수업거부, 쇠사슬에 묶여진 강의실의 책·걸상 등 연일 신문지면에 오르는 모교의 소식을 들으며 지겹고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절에도 학교와 재단으로부터 들어왔던 박 이사장의 이름이 아직도 오르내리며, 내 후배들도 삭발, 단식투쟁을 하며 싸워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도움이 된다면 후배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했던 모교방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더 가면 “그래 나 덕대 나온 여자야”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모교가 될 것 같았다.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덕성여대 동창회보에 놀라고, 덕성의 로고가 찍힌 기념품을 감춰야 하는 모교가 아닌, 당당할 수 있는 모교가 되기를 희망하며 지내온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은 작년 총동창회 회장선거에서 이미 그 전조를 보였고, 그것은 이명박 정권의 시작과 같이 한 것이라 생각된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 가운데 부정선거 시비, 개표거부, 회장의 산회선언 후 벌어진 후보들 간의 일방적 개표…. 속개를 통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전임 회장단에 맞서 대화가 아닌 서초동 서울지법의 힘까지 동원해 동창회를 장악한 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통한 소통’을 거부했던 그 어떤 선거 과정보다도 치열했던 동창회 선거가 바로 과거로 돌아가는 첫 시도가 아닌가 싶다.

  현 동창회로부터 철저하게 ‘팽’ 당하고 있는 전임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신입동창회원 환영식장에 모교의 총장은 배제된 채 타 대학 총장이 와서 축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우려가 결코 공허한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차미리사 선생이 덕성학원의 전신인 근화학원을 설립하지 90년을 맞이한 올해,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창학을 기념해야 할 총동창회에서,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동창회에서 오히려 창학 90년을 이상한 일로 치부하려는 움직임이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난 더 절망스럽다. 총동창회는 학내분규와 더불어 큰 아픔을 겪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동창회를 만들고자 애써왔던 지난 시간들은 덮어두더라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을 잡는 동창회의 모습을 지켜 내려한 노력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을까?

  설사 그것이 설립자 본인 당사자라 해도, 개인의 독단과 전횡으로 얼어붙은 ‘동토의 왕국’이 아닌 ‘소통’하는 대학, ‘희망’이 있는 대학의 모습으로 우뚝 선 모교가 되도록, 동문들이 ‘사랑하는 덕성’을 만들기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했던 시간들이 그저 모래성을 쌓은 일이 아니었는지…. 나의 시간들이 다 허물어지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난 희망을 가지련다. 덕성에는 살되, 자신의 삶을 살 것이며, 알되, 스스로 알아나갈 것이며, 생각하되, 자신의 머리고 생각할 줄 아는 나의 후배들이 창학 이념을 실천하며 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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