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만나다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만나다
  • 박연경 기자
  • 승인 2010.04.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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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환대, 그녀들의 축제에 초대합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큰 눈을 가진’ 그녀들의 파티가 시작된다. 여성이기에,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 수석프로그래머 권은선 동문
여성과 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함께 나누는 8일 간의 파티! 우정과 환대라는 슬로건 하에 타자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슬프지만 함께 웃고, 안타까워도 함께 일어서며, 세상 속 여성에 대한 진중하고도 재기발랄한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펼쳐진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생명을 불어넣는 영화제의 수석프로그래머 권은선(학과 학번) 동문을 만나봤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해를 거듭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한 결과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현재는 존재하는 여성영화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발전했습니다. 10년 넘게 행사를 진행하며 고정관객들도 많아졌죠.
첫 해에는 대중들에게 여성영화라는 개념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이 시대의 여성주의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는 역할이 우선이었습니다. 그 이후 해를 거듭하며 영화 산업적으로 아시아 단편작들은 물론,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가진 여성영화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역할까지 동시에 하게 됐죠. 때문에 운영진들은 여성영화제를 통해 영화계의 여성인력 발굴 등 영화계에 다양하게 기여를 해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1회부터 내려온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고유한 캐치프레이즈는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특별히 올해 저희가 내세운 슬로건이 있다면, ‘우정과 환대’ 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타자와 소통하고 우정을 기반으로 서로 환대하는 축제가 되어보자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조금 부각시켜 중점섹션에서 다루는 것이 ‘모성’이고요. 모성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상영하고, 그에 대한 국제 학술회의나 토론마당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요.

▲ 이번 영화제의 주제를 ‘모성’으로 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IMF체제 이후, 당시에는 부성이 가장 부각되었잖아요. 사회적으로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 등 남성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고심했던 시기였죠.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는 여성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마더>,  <애자>, <엄마를 부탁해> 등을 봐도 알 수 있죠. ‘우리사회 및 가정에서 어머니는 어떤 존재인가, 어머니의 딸인 나는 누구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라는 것이죠. 사회적, 정치적으로 보아도 최근 가장 중요한 담론 중의 하나가 저출산 해소, 낙태 문제 해결이잖아요. 황우석 사태 이후 재생산에 관한 관심도 증가했고요. 이런 이유로 모성, 어머니를 통한 재생산, 특히 여성이 재생산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점,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구요.
초창기 서구에서 페미니즘이 등장하고 이어 영화와 연계한 ‘시네 페미니즘’이 나왔는데, 당시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를 재정의 하는 것. 그리고 어머니를 역사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었어요. 왜냐하면 과거에는 사회자체가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어머니의 위치, 여성의 위치를 찾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이었거든요. 이를 통해 어머니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찾는 것이죠. 예를 들면,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 상영작이 유실된 필름을 복원하여 상영한 <미망인>이라는 여성감독 1호 작품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해요.

▲ 여성감독들의 작품들, 여성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작품들을 상영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남성감독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는 등 국제여성영화제 역시 변화를 거듭해 왔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맥락 측면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그 범위도 넓어지고 많이 유연해졌죠. 여성문제를 다룬 남성감독들의 작품만을 모아 상영하는 ‘오픈시네마’를 마련한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죠. 과거에는 조금 더 여성에게 집중하고 여성감독의 작품에 집중하자는 의미에서 대부분 여성감독의 작품들을 상영했지만 이제는 사회가 변함에 따라 영화제 운영도 부드러워지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남성감독들이 만든 여성영화도 상영해보자는, 일종의 자신감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남성감독들이 여성문제에 대해 더욱 잘 표현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 구분보다 ‘젠더’라는 의미에서 본 여성과 여성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미래의 여성사회를 이끌어 나갈 중심인 여대생들은 여성문제 또는 여성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학생들을 나무랄 것은 아니죠. 사실 젠더, 성, 섹스라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 체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일상적인 영역에서도 늘 우리와 연계되니까요.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사실에 대한 인식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이에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장이 되어 준다면 더욱 좋겠죠. 이것이 바로 저희가 더욱더 노력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매년 영화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누구든지 여성영화제는 내가 거리낌 없이 가서 즐길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떠한 행사가 열린다고 했을 때, 행사 주최자로부터 ‘초청 받았다’는 느낌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강조하는 ‘우정과 환대’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고요.

사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젠더, 퀴어, 섹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비뚤어진 시선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시선을 바꿔야 할 때다. 단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여성을 위해, 여성의 의미를 다시금 재정의 할 수 있는, 타자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보다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지금, 그녀들의 파티로 들어가 보자. 수많은 타자와의 소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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