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그들의 인디를 세상에 노래하다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 그들의 인디를 세상에 노래하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4.10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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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나방’과 ‘스타’. 그리고 ‘쏘세지’. 어찌 봐도 서로 연계성이 없는 단어들이거늘, 이것들을 조합한 팀명을 가진 그룹이 여기 있다. 바로 독립음반 레이블인 ‘붕가붕가 레코드’ 소속으로 활동하며, 그들의 음악을 세상에 노래하는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이다.
수없이 얽힌 많은 골목들을 헤집다 홍대근처의 한 건물로 들어서면, 지하에 자리 잡은 그들의 아지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그제서야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 기다린다. 은근한 단향이 풍기는 ‘싸구려 커피’를 한 잔 권하던 조 까를로스는, 그의 음악처럼 유쾌하고 조금은 엉뚱하지만 톡톡 튀는 센스를 지닌 사람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엉뚱함

△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리더 조 까를로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원래는 하루 하고나면 없어질 밴드라 생각해서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인데, 어쩌다보니 그걸 계속 쓰게 됐네요.”
조 까를로스에게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이하 불나방)이라는 팀명의 유래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일명 ‘야매라틴’, 혹은 ‘얼터너티브 라틴’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 카테고리 안에 한정되기는 싫다는 불나방은, 리더이자 노래와 기타를 맡고 있는 조 까를로스와 유미(타악기, 드럼), 후르츠 김(멜로디언, 건반), 까르푸 황(베이스), 김간지(타악기, 드럼, 랩)의 네 멤버로 구성돼 있다. 각자의 닉네임만큼이나 엉뚱한 그들만의 매력은 음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그중에서도 ‘석봉아’나 ‘악어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전래동화와 동요에서 모티브를 따와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을 접목시켜 만든 두 곡은, 소재자체의 익숙함과 친숙한 멜로디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실용음악을 전공하지 않고도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건만, 가사 안에 조기유학과 사회생활의 어두운 이면까지 아낌없이 토로하고 있으니 어찌 아니 통쾌할까.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소위 ‘B급 뉴스’를 즐겨보며 그곳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조 까를로스는 “가끔 보면 꾸며낸 이야기보다도 현실이 더 재미있어요”라며 장난스레 키득거린다.

한 없이 멀게만 느껴져도 실은 가까운 그대, 인디
 그렇다면 인디라서 할 수 있는 음악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는 “다 할 수 있어요. 제약을 받지 않으니 자기 취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음악도 할 수 있죠”라며 “저같은 경우에는 취향도 취향이지만 메이저에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더 많이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앨범이 19금 딱지를 받기도 했네요”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처럼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라는 키워드와도 맞물리는 인디음악은 80~90년대에 ‘홍대 문화’가 들불처럼 일어나던 이후로 음지에 머물렀으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심지어 인디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장기하의 이름 석자는 들어봤을 터.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들의 까다로운 입맛까지 사로잡은 인디음악을 그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물론 음악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노래자체가 좋아야 하지만 인디인만큼 인지도가 메이저 음악에 비해 낮기 때문에 시장 전체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린다. 다양하기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메이저 음악과는 달리 다양한 기법과 화두를 던지는 인디음악은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에 의해 향유된다.
“인디음악은 기본적으로 구성이 간소해요. 그러다보니 밴드연주를 듣다보면 어떤 파트인지 대강 들리거든요. 저같은 경우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거구요.” 간소한 구성만큼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그 접근성 또한 인디음악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이윤을 취하는 것이 목표인 메이저 음악이 아니기에 경제적인 제약 또한 역시 없다. 때문에 생활고를 비롯한 나름대로의 고충도 물론 산재하지만 대부분의 인디뮤지션들은 자신이 하고 싶어 음악을 할 뿐, 그 외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생활고 정도는 ‘하고픈 음악을 할 자유’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거다.

재기 넘치는 발상과 고질적인 신파 사이에서
 “저희는 재기발랄하고 막가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앨범작업을 하고 노래를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고질적인 것들이 섞이더라구요. 고질적인 멜로디, 고질적인 가사, 고질적인 신파. 사실 신파를 정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한국인 정서 특유에 자리 잡힌 신파라는게 자꾸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거에요. 그때 ‘아, 이게 고질적인 신파구나. 나도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싶었어요.”
즐거운 게 좋아 인디에 몸담고 있어도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음악은 싫다던 그들의 첫 앨범 이름이 <고질적 신파>라고 명명된 이유다. 일견 앞서 언급했던 음악과 상당부분 차이나는 이번 앨범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든지 지니고 있을 뿌리 깊은 신파로 물들어있다. 거북하다면 거북할 수 있지만 정서는 불가항력에 가까워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체취처럼 묻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파는 인간을 우울하게 만들 뿐이니 그들은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음악의 장르가 얼터너티브 라틴이면 어떻고 락이면 어떠며 신파감성이 깃들어 있대도 또 어떠한가. 듣는 사람이 좋다면 그만이다.

“아직은 인디음악 붐이라고 해봤자 ‘홍대에 뭐가 있구나’싶은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문화, 사회계에서도 지원이 더욱 활발해지고,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환경이 더 개선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 까를로스와의 만남은 ‘앞으로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사랑해준다면 좋겠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노래하는 삶’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훌쩍 넓어진 자신의 시야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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