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사라진 시대에 혁명을 꿈꾸는 명랑주의자
혁명이 사라진 시대에 혁명을 꿈꾸는 명랑주의자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10.04.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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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88만원 세대」(우석훈ㆍ박권일 공저)가 출간된 이후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이제 한국사회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이 책이 주목을 받은 것은 분명 한국사회에서 대학생으로 대표되는 20대 청년들의 삶이 가장 문제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똑같다. 이후 우석훈은 386의 후일담이 아니라 가장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관점에서 20대 대학생의 당사자운동을 주장해왔다. 그의 처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그의 진단은 정확하다. 당사자들과 주변인들의 폭발적인 호응에서 알 수 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88만원세대 새판짜기」(이하 「혁명」)과「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이하 「명랑」)은 그의 일관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다. 「혁명」과 「명랑」은 출간 시기나 접근 내용은 다르다. 앞의 책은 MB 정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20대에게 던지는 메시지이자 구체적인 실천전략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일종의 실천매뉴얼로 읽어도 좋겠다.「명랑」은 참여정부와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은 단평모음집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결코 이론이나 담론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현실을 갖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짧게나마, 그의 책을 통해 저자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석훈은 혁명주의자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혁명을 꿈꾸고 있다. 그가 꿈꾸는 혁명은 정치체제를 바꾸는 고전적 혁명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 바뀌는 문화적 혁명이다. ‘여성 해방 전사’로서 샤넬이 이룩한 것과 같은 종류의 혁명이다. 그것은 사회를 전복했다가 다시 전복되는 혁명이 아니라, 애초에는 작은 몸짓으로 출발했더라도 점차 확산되어 커다란 변화와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내는 혁명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그러한 혁명이 가능하기 조건으로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역에서 투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석훈은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우파와 좌파 모두를 공격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중도를 지향하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급진적이다. 그럼에도 좌파의 무능함이나 현실감각 부재를 비판한다. “한국의 좌파들은 때로 슬프도록 무능하고, 작은 것에 대한 집착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명랑」, 12쪽) 그의 비판은 선언적이라기보다는 구체적이고 집요하다. 그래서 탁상공론일 수 없으며, 할 일은 많아진다. 여타의 한국사회의 지식인들과 다른 지점이다.
 우석훈은 낭만 혹은 명랑 공산주의자이다. 그는 혁명을 꿈꾸는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혁명의 파토스’, 즉 열정이다. 그것은 설령 혁명이 실패한다 할지라도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야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포위망을 뚫는 방법이고, 잃어버린 영웅들의 노드(nod, 연결고리)를 회복하는 동시에 우정과 환대의 공간인 20대들의 마을을 다시 만드는 길이다.”(「혁명」, 116쪽) 누군가는 그를 휴머니스트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데 있어 그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끝으로 그의 책을 읽을 때 새겨야 할 주의사항이다. 머리로 읽지 말고 귀로 읽으라는 것이다. 그의 책은 글이 아니라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므로 천천히 곱씹어 읽을 필요는 없다. 그의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의 몸이 꿈틀대고 변하는 경험을 할 것이다. 변화를 주지 못하는 책읽기는 무의미하다. 우석훈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훌륭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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