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만 여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자 하노라’
‘일천만 여자에게 새 생명을 주고자 하노라’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4.10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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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근(槿)에 꽃 화(花)자를 붙여 학교의 이름을 ‘근화’로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차미리사 선생님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이 한 마디에 조선여자교육회 산하에 있던 부인야학강습소의 이름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훗날 우리대학의 모태가 되는 근화학원의 등장이다. 근화학원의 설립자이자 우리대학의 설립자인 차미리사 선생은 1920년대 민립대학설립운동의 일환으로 출범한 조선여자교육회에서도 상당히 독보적인 위치를 지녔던 사람이다. 또한 조선의 여성독립운동가 중 끝까지 변절하지 않았던 몇 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선생은 여인이 스스로를 가르칠 방도가 없다는 조선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해,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착공비를 모으기 위해 조선 방방곡곡 전국순회강연을 다니기 시작했고 여러 곳에서 기부금도 받아 ‘조선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순 조선적인 학교’, 근화학원을 설립했다. 이런 현상은 일찍이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뜻 깊은 일이었다.
 1925년, 점차 학교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던 근화학원은 어느새 231명의 재학생을 보유하게 되었다. 무궁화가 들어간 교표를 만들고 교복도 제정하며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렇지만 처음의도였던 ‘배우지 못한 여성들을 가르쳐야 한ㄷ다’라는 신념은 퇴색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혼여성이나 만학도였다. 일찍이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스스로 신식학문을 배우러 나갔던 소녀들과는 다르게 늦게 서야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배움을 찾아 모인 곳이 곧 근화였던 것이다.
 점차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부족했던 기숙사도 증설하며 학교 설비를 충실히 갖춘 근화학원은 같은 해 8월 29일에 정규교육기관 인가 요청 서류를 제출함으로서 ‘근화여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게 된다.
그렇게 기틀을 다진 근화여학교는 1926년부터 학제를 개편했다. 본과로 4년제의 고등과와 6년제의 보통과가 있고, 여성에게 적합하면서도 당시 가장 필요한 교육을 시키는 특별과를 마련했다. 특별과에서는 어학, 사진, 음악, 기예과 등이 개설되었으며 학생 수도 430명에 육박하게 된다.
 하지만 항상 선택받은 몇몇 만이 공부하는 고등교육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보통교육이 더 중하다 생각했던 차미리사 선생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여자도 알아야 하고 직업을 가져 당당히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기에 실업교육관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결국 선생은 보통교육기관인 근화여학교를 실업교육기관으로 변모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전반적인 교육방침을 실업교육으로 전환했다. 또한 학교 설비도 이에 맞게 재 확충하여 1932년 인가신청을 하고 1934년 2월에 재단법인설립을, 1935년 2월 7일 근화여자실업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근화여자실업학교는 현실에 발맞춘 교육과 당장이라도 사회에 나가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는 여성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졸업생의 상당수가 졸업 후 취직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이 정신개조에 들어가면서  무궁화를 뜻하는 ‘근화’가 조선의 민족정신을 떠올리게 해 불경하다는 이유로 총독부는 학교 측에 압력을 가했다. 결국 1938년 10월 14일, 근화는 ‘덕성여자실업학교’로 그 이름을 바꿨으며 이것이 곧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의 전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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