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만큼 성과 젠더, 섹스와 가까운게 있을까? 심지어 영국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은 “남자와 여자 대부분은 성교를 하기 위해 옷을 입는다”고 했고, 탐 포드는 “18살짜리를 생각해보라. 외출 전에 스무가지의 다른 옷을 입어보는 에너지는 그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진정한 패션의 환상은 섹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섹스로서의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단언하자면 브루스 웨버는 가장 영리하고도 고급스럽게 패션에 섹시함을 덧입히는 사진작가이다. 브루스 웨버는 <Vanity Fair>, <Elle> 지 등에서 활동하며 캘빈 클라인, 베르사체, 랄프 로렌 등의 광고 사진을 제작했다. 80년대 패션 사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루스 웨버의 사진은, 70년대의 헬무트 뉴튼이나 기 부르댕과는 달리 긴장감이 화면 전면에 흐르거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의 사진에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건강한 남자가 마치 그때의 조각상과 유사한 자세로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브루스 웨버가 제작한 광고 사진은 거의 다 벗었거나 혹은 누드의 모델이 등장해도 외설적이기보다는 편안하고 건강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는 아베크롬비&피치의 광고 사진을 런칭 때부터 맡아왔는데,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의 건강한 남성 모델이 반나체로 등장하는 흑백사진으로 매장을 꾸몄고 결과적으로 아베크롬비&피치는 미국 청소년들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연간손실이 600만 달러에 이르렀던 이 브랜드가 웨버의 광고 전략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니, 건강한 활동성 속에 녹여낸 섹시함이 가진 파워는 예상보다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웨버의 사진이 이렇게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담고 있지는 않다. 그의 사진들에는 남성동성애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많고, 소프트코어적인 포르노를 연상케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웨버의 사진집은 발행되자마자 전부 다 팔리면서 동시에 학부모 단체나 보수단체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밝고 건강한 섹시함을 부각시킨 웨버의 사진은 90년대 이후의 대부분의 패션사진이 모토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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