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몸에 대한 탐구
남성의 몸에 대한 탐구
  • 정수미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10.05.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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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vin klein 2008 fw 광고 사진
 “진은 섹스에 관한 것이다”라며 노동자들이 주로 입던 진을 고급화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캘빈 클라인이었다. 단순한 실용성을 필두로 80년대 후반과 90년대의 패션 중심지를 유럽의 파리가 아닌 미국의 뉴욕으로 옮긴 캘빈 클라인은 모든 패션 상품을 섹스와 연관지어 생산해냈다. 1980년 당시 15세였던 브룩 쉴즈가 ‘캘빈과 나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라고 외치며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린 캘빈 클라인, 그 뒤 캘빈 클라인은 언더 웨어와 향수를 선보일 때마다 파격적인 광고 사진으로 이목을 끌었다. 벌거벗은 남녀모델들의 침실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ck 언더웨어 광고는, 언더웨어 광고로는 처음으로 거리 전면에 등장했다고 하니 당시의 파격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캘빈 클라인의 파격적인 광고 뒤에는 항상 사진가 브루스 웨버(Bruce Weber, 1946~ )가 있었다.
 패션만큼 성과 젠더, 섹스와 가까운게 있을까? 심지어 영국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은 “남자와 여자 대부분은 성교를 하기 위해 옷을 입는다”고 했고, 탐 포드는 “18살짜리를 생각해보라. 외출 전에 스무가지의 다른 옷을 입어보는 에너지는 그들에게 무척 중요하다. 진정한 패션의 환상은 섹스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섹스로서의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단언하자면 브루스 웨버는 가장 영리하고도 고급스럽게 패션에 섹시함을 덧입히는 사진작가이다. 브루스 웨버는 <Vanity Fair>, <Elle> 지 등에서 활동하며 캘빈 클라인, 베르사체, 랄프 로렌 등의 광고 사진을 제작했다. 80년대 패션 사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루스 웨버의 사진은, 70년대의 헬무트 뉴튼이나 기 부르댕과는 달리 긴장감이 화면 전면에 흐르거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의 사진에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건강한 남자가 마치 그때의 조각상과 유사한 자세로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브루스 웨버가 제작한 광고 사진은 거의 다 벗었거나 혹은 누드의 모델이 등장해도 외설적이기보다는 편안하고 건강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는 아베크롬비&피치의 광고 사진을 런칭 때부터 맡아왔는데,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의 건강한 남성 모델이 반나체로 등장하는 흑백사진으로 매장을 꾸몄고 결과적으로 아베크롬비&피치는 미국 청소년들이 가장 사고 싶어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연간손실이 600만 달러에 이르렀던 이 브랜드가 웨버의 광고 전략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니, 건강한 활동성 속에 녹여낸 섹시함이 가진 파워는 예상보다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웨버의 사진이 이렇게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담고 있지는 않다. 그의 사진들에는 남성동성애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많고, 소프트코어적인 포르노를 연상케하는 것들도 많다. 그래서 웨버의 사진집은 발행되자마자 전부 다 팔리면서 동시에 학부모 단체나 보수단체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밝고 건강한 섹시함을 부각시킨 웨버의 사진은 90년대 이후의 대부분의 패션사진이 모토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대단함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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