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어디로 가세요?
봉사활동 어디로 가세요?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0.05.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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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봉사활동의 양극화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
2004년 국립국어원 신조어로 등록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외 공인영어 성적, 그 외 관련 자격증들을 총칭

 무역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K양은 요즘 취업준비에 한창인 선배들을 보며 “스펙이 스펙을 부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녀는 무역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하다는 한 무역회사를 목표로 영어를 비롯, 여러 가지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4학년 선배들처럼 화려한 스펙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가장 자랑스러운 스펙은 바로 해외봉사활동이다. 그녀는 작년 네팔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또한 현재 ‘내일여행’에서 주최하는 홍콩 해외자원봉사를 신청해볼까 고민 중이다.

경쟁사회, 그리고 양극화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구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열중하게 됐다. 수많은 지원자들을 세세하게 판별할 수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실력있는 지원자를 선택하기 위한 잣대로 큰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펙 자체에 대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한 봉사활동 하나에 참여하려 해도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통과해야 한다.
 취업의 문이 좁아지고,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기회마저 줄어들면서 봉사활동 역시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자원봉사조차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국제협력단(KOICA), 행정안전부 등 정부가 주관하는 해외봉사단의 지원 경쟁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 여름방학, 한 민간기업이 주관하는 해외봉사단 선발의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넘기도 했다. 해외봉사를 원하는 연령층도 청소년부터 시니어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국내와 해외로 나뉜 양극화
대학생들의 가장 흔한 방학 계획 중 하나는 해외 봉사활동이다. 정부 산하기관들의 해외 봉사활동을 보면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지원해주는 곳도 많다. 봉사활동자로 합격하면 학생들은 현지에서 한국말도 가르치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활동, 우물파기 등의 봉사를 펼치게 된다. 하지만 말만 자원봉사지 지원금도 받고 해외여행도 하면서 영어 연수까지 받으니 일석삼조라는 비판도 많다. 거기다가 해외 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경우 일부 대기업에서는 가산점까지 주니 대학생들의 해외 봉사활동 참가 열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반면 대학가 봉사활동의 대명사였던 농활은 힘을 잃었다. 농활은 농촌의 일손을 덜 수 있고 학생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이자 곧 도농간의 교류였다. 또한 나중에 사회 지도층 인사로 성장할 젊은 대학생들에게는 우리 농촌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농활은 1980∼90년대까지 운동권 총학생회 이념교육 방법의 한 가지로 진행됐다. 하지만 지금은 순수성을 떠나 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저학년이나 고학년 할 것 없이 학원 또는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책과 씨름해야 하기에 농활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봉사’로 거듭나길
서강대학교는 오는 2011학년도 입학전형에서 해외봉사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1학년도 서강대 입시에서는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특기활동과 효행 등 여러 항목을 평가해 뽑는 특기자 전형을 제외하면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거나 국내에서 2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고 해도 가산점이 부가되지 않는다.
 서강대 입학처는 “학생들이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 일부러 해외에 다녀오는 등 부풀리기가 심하다고 생각돼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교과 영역에서 논란이 되었던 수상 실적 및 해외 봉사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봉사활동의 지속성 및 활동의 진정성이나, 봉사활동의 질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봉사활동 경험이 역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남을 돕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이러한 과정은 미래에의 전망을 진취적으로 구상하게 하는 순환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즉 봉사 활동을 실천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의 고리를 찾는 것이 가능해지고 다양성과 차이를 수용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는 것이다.
지구촌나눔운동 김민영 간사는 “봉사활동이 진정한 봉사의 의미보다 스펙의 하나로 여겨진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정말 봉사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학생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굉장히 슬플 것이다”라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해주기를 기원했다.
 봉사활동 현장의 경험은 대학생들을 보다 강하게 단련하고 이론과 환상이 아닌 실제에 근거한 경험을 쌓게 한다. 봉사는 단순히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땀과 노력을 통해 사회가 아름답게 변화되는 경험을 통해 젊은이로서의 자아 발견에 도움이 되는 핵심 요소다.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국내봉사, 즉 집 근처 복지관이라든지 학교 근처의 도움이 필요한 곳들을 먼저 찾아보자. 작은 도움을 나누고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희망으로 전달되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더 큰 나눔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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