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본 한국의 정치사회
천안함 사태로 본 한국의 정치사회
  • 서유석 동국대학교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0.05.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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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6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해군 장병 46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이후 정부의 불확실한 정보전달과 언론의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원인에 대해 깊은 혼란에 빠졌다. 사건발생 이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나면서 정밀조사가 시작되었고,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사건의 전모에 대한 정황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충격만큼 많은 여파

이번 ‘천안함 사태’는 그 충격만큼이나 많은 여파를 우리사회에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 내의 분석은 명확히 두 가지로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서해에서의 물리적 충돌 이후 북한 지도부가 그에 대한 보복을 지속적으로 다짐해 온 것이 확인되는 만큼, 사건 발생 직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는 분석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에 저질렀던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나 ‘1987년 KAL기 격추사건’, ‘2008년 금강산 박영자 씨 피격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북한 개입론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며, 내부정보를 통해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측 함정의 결함이나 제3의 원인에 의해 침몰하였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천안함 침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미국 및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정에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로 분명해진 것은 우리 사회에 고질적 이념 스펙트럼의 이분법이 존재한다는 것과 현 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문제점이다. 그리고 천안함 사태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한국사회의 안보 불감증, 편향적 논리

NLL(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을 중심으로 한 서해상에서의 남북 해군 간 무력충돌의 역사는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서해교전은 대북포용정책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 당시 발발했다. 그리고 2002년, 또 다시 서해에서 충돌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사건은 전상자 처리 문제 등에서 여러 가지 개운치 못한 뒷말을 남기고 조용히 잊혀지는 듯 했다. 당시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도발 및 테러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극도로 자제했다. 동시에 ‘안보’ 영역이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지난 10년간 누적되었던 ‘안보 불감증’이 한 순간에 바로 잡히지는 않는다. ‘과소 안보론’ 역시 ‘과잉 안보론’ 만큼이나 국정운영에 부실을 초래한다. 과거 군사정권에서와 같은 안보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안보 불감증의 폐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군 조직 지휘 계통의 문제점과 해이해진 군인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은 무엇보다도 사회 일각의 편향적인 논리라 하겠다. 2002년에는 6월 13일 미군 차량에 사망한 여중생 효순이, 미선이의 사건이 있었고, 동년 6월 29일 북한 경비정에 사망한 우리나라 해군 장병의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 경비정에 의해 사망한 장병을 추모하는 행렬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효순이와 미선이의 사건에만 분노하는 논리가 있을 뿐이었고, 8년이 지난 지금,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제2연평해전 영결식의 경우, 당시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방부 장관, 합창의장 등은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간소하게 3일장으로 처리하였다.

 

대북정보 감시체계 재점검 필요

영국의 한 언론 매체는 “한국인들은 국가를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논평을 통해 천안함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을 혹평한 바 있다. 특히, 천안함 사태의 북한 연루설을 냉전 반공주의로 몰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사실관계의 객관성마저 상실한 무책임한 행태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안보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명확한 군사지휘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이번 천안함 사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리하게 물리적 보복을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와 우리사회의 안정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침몰원인은 명확히 밝혀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기 안보대응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북정보 감시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과거정부에서는 일반적인 대미 접근전략에서 벗어나 대중국 중시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미국과의 정보공조체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정보획득의 경로는 크게 사람정보를 뜻하는 휴민트(humint), 위성촬영, 적외선 촬영에 의한 시전트(SIGENT), 도·감청을 포함한 전자정보인 엘린트(ELINT)의 수단이 종합적으로 동원된다. 한미정보당국은 우리 측 인간정보와 미국 측 장비정보의 상호교류를 통해 종합적인 대북정보 분석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에 정보교류체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대북정보 분석에 난맥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태로 다시 한·미간 대북정보 공조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천안함 사태는 결과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6월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답변자의 절반 이상이 최대 안보위협국으로 북한을 지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몇 년 전에 상당수의 사관학교 생도들이 미국을 평화위협세력으로 선택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이번 천안함 사태의 파장은 천안함을 침몰시켰던 세력이나 그에 동조하는 우리사회 일각의 정치권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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