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정상화’로의 천로역정, 반쪽짜리 정상화로 향하나
‘학원정상화’로의 천로역정, 반쪽짜리 정상화로 향하나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5.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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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한일 월드컵의 뜨겁던 열기도 거진 식어갈 즈음, 우리대학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마음을 다시 덥혀준 크고 값진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그동안 학내에서 권한을 무단으로 남용했던 박원국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임시이사체제가 처음 발족한 것이다. 이 임시이사체제는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현 이사회의 임기만료와 창학 90주년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으며 다시 체제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을 위시한 ‘학원정상화’로의 길을 밟기에는 아직도 사방에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지금부터 그 문제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현재의 우리와 앞으로 정상화가 말 그대로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밟아나가야 할지 함께 살펴본다.

임시이사체제와 정 이사체제. 누구를 위한 변화
먼저 간략하게 ‘임시이사체제’와 ‘정 이사체제’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으며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임시이사체제는 박 전 이사장과 구재단의 퇴진이후 성립된 체제로서, 원래 재단과 법인, 학내구성원에서 구성 되는 이사단과는 달리 그 이사단을 정부에서 임명해 파견하는 것이다. 위의 체제는 2002년 이후 2010년 5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임기는 2년으로 오는 9월 1일 현재 이사단의 임기가 만료된다. 또한 정 이사체제란, 이 임시이사체제에서 벗어나 다시 우리대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체제를 다시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와 같은 체제가 이토록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지는 걸까. 그것은 바로 임시이사에서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이 학내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우리대학 내에서 벌어졌던 분규의 역사에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제외하고서라도 학내정상화가 이뤄지면 학교를 운영하는데 쓰이는 적립금등의 운용도 훨씬 원활히 할 수 있게 된다.

김수림(국제통상 4) 부학생회장은 “현재 우리대학의 적립금은 임시이사체제하에서 자유롭게 쓰이지 못하고 있다”며, “원금이 아닌 그 이자만을 활용하기도 하며 실제로 적립금이 재단에 전적으로 속해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적립금 운용이 힘든 상황”이라며 체제 전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기에 우리대학은 지난 2008년 5월에 소위원회를 꾸려 앞으로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이사체제로의 전환 시 꾸려질 이사단 추천권에 관련해 서로의 논의를 좁히지 못한 채 새로운 임시이사단의 임기가 시작되고 말아 거기서 일단락을 맺고 말았다.

덕성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기실 임시이사체제와 정이사체제의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불거진 것은 비단 현 이사회의 임기가 9월 1일자로 막을 내린다는 이유도, 창학 90주년이라는 시기 뿐도 아니었다. 오히려 계속해서 이슈가 되어온 법인과 사분위의 임시이사 파견문제가 두드러져 그 이야기를 논하다보니 임시이사체제와 정이사체제문제가 함께 맞아 떨어졌다는 게 더 타당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분위의 무단 이사파견 통보는 학내구성원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지난 4월, 임시이사 중 2명의 결원이 생겨 그 공백을 메우고자 사분위는 그 자리에 강인섭 이사와 안세영 이사를 학내구성원들의 어떤 의견 수렴도 없이 무단으로 파견했다. 비록 현재 개인사정으로 인해 강인섭 이사의 경우 사임하여 한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있지만, 여전히 안세영 이사는 임시이사로 확정된 상태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총학생회를 위시한 학내구성원들은 분노했고 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의 의견개진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불구하고 그들의 노력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영아(문화인류 4) 총학생회장은 “법인에 질의서를 발송하고 법인 사무국장과 얘기를 나누었으나, 사무국장은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은 별로 필요없다 생각 한다’고 일축했다”며 “또한 임시이사파견 문제에서도 법인은 전혀 책임이 없다고 답했으며, 공석을 학우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추천하게 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다”고 이사회의 태도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이에 이사회의 실제 입장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고숙희 이사장과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고 이사장은 현재 이와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것은 학원정상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남 총학생회장은 “현재 이사회는 그동안 총학생회의 움직임을 비난하며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참석하지 않겠다던 이사 두 분으로 인해 3월 15일 이후로는 이사회가 아직까지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로 이사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실로 아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정상화의 길이 그토록 험난한 것은                   
그렇다면 현재 우리대학은 정이사체제를 바라보는 입장과 앞으로의 학내정상화를 위해 어쩐 준비를 하고 있을까. 또한 정상화에의 시도가 이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획처장 이옥(아동가정) 교수는 이사체제의 전환에 관해 “이번 9월을 기점으로 정이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소위원회가 언제쯤 꾸려질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나 24일 이사회에서 정상화추진위원회를 열어 곧 모든 것이 확실히 정해질 거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위원회의 구성역시 아직 정해진 바는 없으나 2008년의 사례로 판단해 볼 때, ▲이사장 ▲이사 1인 ▲총장 ▲대학평의원회의 의장 ▲교수대표 ▲직원 및 노조대표 등등 총 11명의 인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현재 학우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사체제가 전환되고 새 이사단이 모집됨과 동시에 구재단 세력이 유입되어 과거와 같은 재난이 빚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헌데 아직까지 학교 행정당국에는 그에 대한 어떤 대비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기획처장은 “현행 사립학교 법상, 이사회인원의 1/4만큼의 인원은 재단 측에서 선출될 권리를 가진다”며, “우리대학의 경우 이사회의 인원이 7명이기에 최소 1명은 구재단 측 인사가 들어와도 딱히 뭐라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구재단 측이 원할 경우 이사회의 일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현재 행정본부의 구재단에 대한 입장역시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을 뜻한다. 행정본부는 우리대학의 경우 이사회를 추천하는 등의 안을 마련하고 있기에 타대학들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재 조선대, 상지대, 세종대에서 구재단의 복귀가 전면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때 그다지 다른 결과가 도출될 거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19일 소집된 평의원회에서도 법인 측에 보낼 입장서를 참고했을 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촉구되어야 한다기보다 ‘학내의 의견이 수렴되어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만 표명되어 있다.

또한 학내정상화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수렴방식에 대해서도 위원회가 열리기를 기다릴 뿐,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과연 어느 세월에 얼마만큼 여론을 공정히 집결할 수 있을지 역시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산산이 흩어진 하나 된 목소리
지난 1990년대는 아마 모든 덕성인들에게 학내민주화를 외치던 뜨거운 기억으로 점철된 시간일 것이다. 학사제도에까지 이르렀던 구재단의 간섭은 도를 지나쳤고 당시 우리대학을 지키던 동문들, 총동창회, 교수 등을 위시한 학내구성원들은 수업 및 시험거부 등 그 전횡을 막기 위해 온 몸을 던져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의 불안하지만 온건한 평화를 이룩해 낸 것이다.

2010년 지금 학내는 다시금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구재단 이사가 다시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학내구성원들은 예전과 달리 하나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대학 동문이기도 한 김은희(국어국문) 교수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덕성 구성원 모두 화합해야 할 시점이다.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덕성의 발전과 안정,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서 소통, 이해, 설득, 통합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단이사회와 대학의 관계가 학교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10여년의 동안의 체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덕성의 상황을 보는 마음은 더욱 착잡하고 답답하다. 지금은 대학 민주화의 모범으로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야함에도 혹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상처와 고통으로 이뤄낸 민주화의 전통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당부했다.

정상화는 말 그대로 학내가 ‘정상화’되어야 이뤄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모든 학내구성원이 권리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견고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눈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탄탄한 바닥을 다지기는커녕 무리한 학내정상화를 강행한다면, 이는 진정한 정상화의 길이 아니라 그 반쪽도 되지 않는 불안한 무리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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