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극장 혼자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소형극장 혼자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05.2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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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의 대표적 문화 상징물인 40년 전통의 중앙시네마(옛 중앙극장)가 이달 31일 마지막 상영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중앙시네마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명화뿐만 아니라 각종 한국영화와 독립영화 등을 상영해 왔기 때문에 영화 애호가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라진 극장은 중앙시네마 뿐만이 아니다. 시네마오즈, 시네코즈, 유토아 시네마 등 소형 극장이 대거 사라지고 일부 극장은 대기업형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으로 흡수되었다. 이렇게 소형 극장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형 극장은 그저 혼자 사라지기만 할 뿐인 것일까?

소형 극장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지?
극장이 사라지게 된 주된 이유는 소형 극장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들과 경쟁에 밀려 경영난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국내에 대기업형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이 출현한 이후 소형 극장은 꾸준히 사라져왔다. 실제로 이달 간판을 내리는 명동 중앙시네마 역시 경영난으로 인한 부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기업형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과의 경쟁에 밀려 프로그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한국의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제는 한국영화의 상영일수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인 동시에 그나마 독립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 이후 스크린 쿼터 축소로 인해 한국 영화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 이런 마당에 극장까지 사라져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수 조차 축소된다면 독립영화 상영의 권리를 주장할 바탕이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형 극장들이 관객 수가 적은 한국 독립영화보다 블록버스터급 외화 상영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결과일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 수가 줄어들어 영화를 개봉할 수 없는 것과 더불어 한국 독립영화를 만드는 각 영화사의 경쟁의식도 떨어져 한국영화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독립영화를 지키려는 노력들
프랑스의 경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운영으로 프랑스만의 영화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상업성이나 검열에 얽매이지 않고 선정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상영되며, 영화 도서관은 영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를 본떠 ‘한국시네마테크 협의회’가 출범했다. 2002년에 등장한 이 협의회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처럼 한국영화 진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네마테크 협의회 기획홍보팀장 신선자 씨는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시작으로 전국 각 지역에 시네마테크전용관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며 “한국의 영화가 설 수 있는 ‘지정석’을 만드는 것이 필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영화가 설 자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영화인들의 우려를 종식하고 한국 독립영화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독립영화전용관 건설과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의 새 운영자 선정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공모제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과 이로 인한 독립영화전용관에 대한 근시안적 운영체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독립영화협회는 선정 과정 등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과 함께 법적 투쟁까지 불사할 것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선정과정이 공정했다며 반박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하지만 애초 독립영화를 세우기 위한 노력이라면 운영자, 정부 등의 개입 없이 오롯한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영화인을 뒷받침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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